중앙선관위는 1992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거소투표제 실시`, `시각장애인투표보조용구` 사용을 시작으로 1~4급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점자형 선거공보의 제공 등 지금까지 장애인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여러 제도를 개발하고 시행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8월에는 오는 4월 있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 선거공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65조 4항을 개정했다. 이 법 개정에서는 임의규정인 시각장애인 선거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 조항을 의무조항으로 강화하고 점자 미해독 시각장애인에 대한 대책으로 음성형 선거공보를 추가해 후보자가 점자형 또는 음성형 선거공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후보자는 점자형 선거공보를 작성 제출해야 하되, 책자형 선거공보에 그 내용이 음성으로 출력되는 전자적 표시(음성형 선거공보)를 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점자형 선거공보의 대체 방안으로 음성형 선거공보를 추가했지만 본래 의도와는 달리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 국민 중 문맹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듯, 시각장애인도 점자 해독자와 미해독자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다. 우리나라 장애인등록제의 기재사항은 장애의 유형, 등급, 원인, 시기에 관한 것이고 장애인 실태조사는 표본조사이다. 이 조항 그대로 선거가 실시된다면 점자형 선거공보와 음성형 선거공보가 시각장애인 유권자의 장애 정도 등 점자해독자이건, 미해독자이건 당사자의 실정과 상관없이 후보자 임의대로 제각각 배포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앙선관위가 음성형 선거공보로 채택한 `음성으로 출력되는 전자적 표시`에 대한 시각장애인 이용 실태도 문제다. 음성으로 출력되는 전자적 표시란 음성변환 2차원 바코드 인쇄를 의미한다. 바코드는 거리와 각도 등 카메라의 초점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그러므로 중증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그 작동이 터치 방식인 관계로 중증 시각장애인인 경우 사용에 상당한 곤란을 겪는다. 따라서 음성형 선거공보는 실효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법 제65조 점자형 선거공보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공정성을 위배하는 차별의 문제가 있다. “후보자는 시각장애선거인을 위한 선거공보 1종을 제2항에 따른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에서 작성할 수 있다.” 점자는 일반 활자와 다른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 일반 활자로 제작된 책자와 같은 내용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은 면수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점자형 선거공보에는 책자형 선거공보에 게재된 정보의 일부만 발췌해 수록할 수밖에 없다.
이 법 제65조 4항은 시각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선거권과 평등권 모두를 침해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점자 미해독자에 대한 대책방안으로 1~2급 중증시각장애인 유권자에 대해서는 이 법 153조의 투표안내문과 같이 점자형 선거공보와 음성CD, 음성전환 2차원 바코드 등 음성형 선거공보 모두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 활자 선거공보와 동일한 내용의 점자형 선거공보를 차별없이 제공해야만 한다. 그것이 시각적 선거 홍보물의 절대취약계층인 시각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공정선거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도 음향신호등의 `푸른 신호음`은 시각장애인의 동등한 사회참여를 바라며,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교차로에서 우리사회의 미래를 꿋꿋이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