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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의 지혜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1-04 02:01 게재일 2016-01-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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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북조시대의 이야기다. 군인들이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인근 숲에서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았다. 그때 큰 원숭이가 배를 따라 오기를 100리나 하다가 죽어버렸다. 군인들이 죽은 원숭이를 배에 실었는데, 나이 든 군인이 “이 원숭이는 분명 이 새끼의 어미일 터인데, 배를 한 번 열어보자. 틀림 없이 창자가 끊어져 있을 것이다” 했다. 해부를 해보니 사실 창자가 토막 나 있었다. 단장(斷腸)이란 낱말이 이 고사에서 나왔다. 새끼를 뺏긴 어미 원숭이는`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속에서 죽어갔다. 이로써 원숭이는 모성애의 상징이 됐다.

대하소설 `서유기(西遊記)`는 원숭이를 `손오공`이라는 극존칭으로 불러주었다. 여의봉을 들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현장법사의 호위무사로 활약한다. 손오공은 민첩하고 재주 많고 영리하고 지혜로운 존재다. 그래서 중국과 인도 여러 곳에서는 `원숭이 궁전`까지 지어 먹이를 주면서 숭배하기도 한다. 동양3국 중에서 원숭이가 서식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원숭이 그림이 들어오고, 일본에서 애완용으로 들여와 집에서 기르는 사람도 많다.

중국은 오래 산아제한을 해왔다. 인구 팽창이 골치거리여서 `한 자녀 갖기`정책을 폈고, 더 낳으면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호적에 없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뜬 인구`가 많다. 그러나 중국은 `붉은 원숭이띠`의 해 병신(丙申)년을 앞두고 `두 자녀까지 허용` 정책을 새로 내놓았다. “붉은 원숭이띠 해는 지혜로운 아이가 태어나는 해”라는 믿음 때문에 수 많은 부부들이 `기획출산`을 하고, 산아제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의 그림 중에 `안하이갑도`가 있다. 원숭이가 솔가지를 들고 게 두 마리를 낚는 그림이다. 조선시대의 그림은 반드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그림은 소과와 대과 두 관문을 통과해 등과하라는 기원이 담겼다.

출산장려운동이 한창인 지금 잔나비띠의 해를 맞아 `지혜로운 아이 낳기` 분위기가 더 확산됐으면 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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