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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 각서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2-30 02:01 게재일 2015-12-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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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진하다”란 말이 나온지 오래다. 부모 형제라는 혈연단위가 무너지는 시대를 잘 표현한다.

옛 성현들은 “사람과 짐승의 차이”를 열심히 가르쳤다. 보통 5살때 `천자문`을 외우고, 이어서 `동몽선습` `명심보감`을 읽는데, “천지지간에 인간이 가장 귀하니, 그것은 충효를 알기 때문이다. 사람이 충효를 모르면 짐승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는 말이 동몽선습(童夢先習) 첫머리에 나온다. 교과서 대부분이 효(孝)를 거듭 강조한다.

왕조시대에는 `불효죄`라는 조항이 있었는데,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죄였다. 부패관리들에게는 이 죄목이 손오공의 여의주였다. 다짜고짜 아무나 잡아와서 형틀에 묶어놓고 곤장을 치면서 “네 죄를 알렸다!” 닦달을 하는데, 그 죄목이 바로 불효죄였다. 별 수 없이 가족들은 땅 마지기라도 팔아서 속전(贖錢)을 낼 수밖에 없었으니, 법이 겁나서라도 효도를 해야 했다. 오늘날 그 불효죄가 육법전서에서 사라져서 그런지 `돈이 피보다 진한 현상`이 자꾸 일어난다.

중국은 지금 초등학교에서 고전(古典)을 읽히기 시작했고, 명문대학들은 불효죄를 만들었다. 필기시험 합격자 중에서 불효자를 가려내 낙방시키는 제도다. 합격자 명단을 공개해 놓고 “이 사람들 중에서 불효한 자들이 있으면 누구라도 신고해 주시오” 방을 붙이는데, 여기에 걸리면 합격이 취소된다. 실정법에는 불효죄가 없는 시대지만 `제도적으로` 불효자를 걸러내는 것이다. “효도는 사람과 짐승을 구분하는 기준”이라는 고전의 가르침을 맞다고 본 것이다.

부모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자식들이 많다. “집을 물려주면 잘 모시겠다” 각서까지 써놓고 막상 집을 주니 `안면 바꾸는` 자식에게 법원이 “집을 부모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만약 `효도각서`를 받지 않았다면 돌려받지 못했을 집이다. 그냥 `증여`와 `부담부 증여`는 천지차인데, 각서를 받아야 `부담부 증여`가 되기 때문이다. 부모자식 간에 효도각서까지 받아야 하는 세상! 자꾸 짐승세상이 돼 간다. 고전읽기를 시작해야겠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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