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실종된 크리스마스 캐럴

등록일 2015-12-24 02:01 게재일 2015-12-24 18면
스크랩버튼
▲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크리스마스 캐럴이 실종됐다.

금년 겨울엔 특히 캐럴이 안들린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도 잘 안보인다.

음원 보호, 저작권 침해 등 여러 법적인 이유로 캐럴을 커피숍이나 공공장소 등 거리에서 틀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근 이슬람 국가(IS)가 세계 테러를 일으키며 자기 종교만을 고집하는 것에 대한 특정 종교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도 원인이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캐럴만 안들리는 게 아니라 제자들에게서 매년 수십통씩 오는 크리스마스 카드도 거의 오지 않는다.

온라인 매체 SNS의 발달로 많은 이들은 종이로 쓰는 카드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닐 것 같다.

디지털 시대에는 낭만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학시절 두 개의 추억이 떠오른다.

등산을 가서 한참을 올라가던 때였다. 한 친구가 갑자기 편지지를 꺼내서 주섬주섬 글을 쓰기 시작했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있는 그런 날이었다.

그는 다 쓴 편지를 젖을세라 가슴에 안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읍내 우체국까지는 1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그러나 그는 산을 내려가서 그 편지를 결국 부치고 다시 산을 올라오는 것이었다.

일행은 이미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오는 길이었지만 산을 다시 올라오는 그의 눈은 우수에 젖어 있었다.

또 하나의 추억이 있다

학과 야유회에서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당시 한참 유행하던 `편지`라는 노래를 친구가 일어서서 부르기 시작했다.

한참 노래를 부르던 그 친구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 친구가 주머니에서 꺼낸 건 편지였다.

편지의 가사는 애를 녹인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중략) 하얀 종이 위에 곱게 써내려 간 너의 진실 알아내곤 난 그만 울어버렸네” 그 당시 한참 인기를 끌던 어니언즈라는 듀엣이 부른 노래였다.

실시간 연락이 가능한 SNS에 물들은 디지털 세대에게는 아마도 이런 신파조의 노래가 피식 웃음을 자아낼지도 모른다. 디지털 시대에 이런 감정표현을 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요즘 대학생들은 교과서를 잘 사려고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인터넷에 있기에 책을 사는 걸 거추장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시험시간에 교과서 내용의 괄호 넣기 시험을 본적도 있다.

지하철을 타보면 이젠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모두들 앉아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러나 즉석에서 연락이 가능하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기 때기에 사람들의 감정과 정서는 점점 메말라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새해 인사를 이메일로 하지만, 대량으로 뿌려지는 이메일은 감정을 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감정보다는 복사의 글들이 너무 많다.

정보 통신의 발달이 삶을 엄청나게 편리하게 만들었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발달이 우리 인간의 순수와 낭만을 해쳐서는 안된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같은 낭만적인 고전 음악이 더 이상 작곡되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대학 시절 나를 찾는 메모가 없는지 하교길에 대학앞 다방을 들리곤 했다. 그곳에서 메모를 발견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 다방에서 LP판을 틀어주던 그 DJ의 향기로운 목소리도 듣고 싶다.

정말 그 아날로그 LP 판에서 흐르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듣고 싶다.

캐럴이 듣고 싶다.

서의호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