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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용무도(昏庸無道)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2-23 02:01 게재일 2015-12-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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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보내면서 교수신문이 뽑은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어둡고(昏) 용렬(庸劣)한 임금이 나라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조선의 연산군이나 중국의 주·걸이 통치하던 나라꼴을 말한다.“메르스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였다. 또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 대해 사퇴압력을 넣어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낭비가 초래됐다”는 것이 선정 이유.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도 있지만, 이 사자성어는 올 한 해 교수사회를 적절히 표현한 `자성의 소리`가 아닌가 한다. 200 명 가량의 교수들이 남의 저서를 훔쳐 자신의 저작처럼 팔아먹고 교재로 삼았다. 이른바 `표지갈이`였다. 남의 책을 `자기책`으로 둔갑시키는 일이 교수사회에서 `관행`이었다니 실로 `혼용무도`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그 교수들이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교수직에서 쫓겨날 운명이다. 남의 지식을 도둑질하는 행위는 `표절` 이상의 범죄다.

얼마전에는 조폭같이 잔인한 폭력을 휘두른 교수가 사법처리를 당했다. 교수직에 목을 매는 한 조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심지어 배설물을 강제로 먹이기도 했으며, 출장을 갈 때는 다른 조교에게 시켜 구타하게 하고 휴대폰 동영상으로 폭행장면을 확인까지 했다. 정상적인 정신상태라 할 수 없는 `학자`였다. 최근 11살 된 친딸을 가두어놓고 굶기고 때린 부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굶주려 뼈만 남고 갈비뼈가 부러진 딸은 2층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이런 부모와 다르지 않은 학자가 교수사회에 있었던 것이다.

교수들의 성추행사건은 잊혀질만하면 터진다. 최근 덕성여대 미술대 A교수의 여제자 성추행사건을 당국에 신고한 시간강사 B씨는 `미술계의 유력 인사를 고발한 괘씸죄`로 교수의 꿈을 접었다고 한다. `유력한 당직자`에 잘못 보이면 공천길이 막히는 정치판과 별로 다르지 않은 교수사회. 학계의 패권주의·제국주의도 혼용무도한데, 누굴 비난하나.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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