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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악재에 `박스피` 탈출 실패 유커 수혜주 `화장품주` 반짝 호황

김명득 기자·연합뉴스
등록일 2015-12-21 02:01 게재일 2015-12-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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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증시 결산

올해도 주식시장은 끝내 `박스피`(박스권+코스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 가운데 제약·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중소형주가 상반기 상승 랠리를 이끌며 한때 박스권 탈출을 바라보기도 했으나 결국 물거품에 그쳤다. 특히 막판에 터진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글로벌 악재가 연말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 한해 증권시장을 결산해 본다.그리스 채무불이행·中증시 폭락 등

제약·바이오주 상승랠리 발목 잡아

유가하락 영향 해외 자금이탈 가속화

올 한해 `상고하저` 시장으로 마무리

□ 바이오·헬스케어 등 중소형주 강세

코스피는 올해 폐장일(30일)까지 8거래일을 앞둔 지난 17일 1천977.96으로 장을 마감했다. 작년 말(1천915.59)과 비교하면 3.26% 상승했지만 지난 2011년 이후 이어진 장기박스권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다.

작년 말 시장에서는 올해 증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실제로 주식시장은 이런 전망과는 달리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냈다.

연초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과 미국 금리 인상 시점 지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며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다. 한미약품을 비롯한 제약·바이오주가 증시를 이끌었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혜주로 분류되는 화장품주가 급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23일 2천173.41로 연고점을 기록하며 한때 `박스피` 탈출을 엿보기도 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연평균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2천선을 넘어섰다”며 “연말까지 다소 조정세가 이어지더라도 올해는 연평균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해로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중형주와 소형주의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14.3%와 4.8%로, 작년 말보다 1.7%포인트, 0.7%포인트 늘어났다. 코스닥 지수도 중소형주 중심의 종목 장세가 이어지며 작년 말(542.97)에서 지난 17일 658.11로 21.21% 상승하는 등 3년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 7월20일 782.64까지 오르는 등 한때 800선 돌파를 넘보기도했다.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6월15일 증시의 가격제한폭이 종전 ±15%에서 ±30%로 확대된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54.3%, 코스닥시장에서 88.6%로 종전보다 각각 1.3%포인트와 0.5%포인트 늘어났다. 1분기까지 6조원 수준에 머물렀던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바이오·헬스케어 등 중소형주 강세가 두드러지며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개인투자자가 코스닥 시장으로 뚜렷하게 몰렸다”며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테마에 따라 중소형주, 우선주의 급등락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9년 반만에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된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오른 1천180.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편 코스피는 8.56p(0.43%) 오른 1천977.96로 장을 종료했다.                                                               /연합뉴스
▲ 9년 반만에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된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오른 1천180.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편 코스피는 8.56p(0.43%) 오른 1천977.96로 장을 종료했다. /연합뉴스

□ 국내 기업 `불황형 흑자` 고착화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우려, 중국 증시 폭락 등 글로벌 악재가 잇따르며 증시가 크게 휘청거렸다. 지난 4월 `가짜 백수오` 파동은 제약·바이오주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을 환기시켰고, 지난 5월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중국 관광객 감소와내수 위축 우려로 이어지며 화장품과 여행, 유통주 등의 발목을 잡았다. 무엇보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글로벌 시장 전반에 깔린 불확실성이 연중 내내 증시를 압박했다. 코스피는 지난 8월 24일 장중 1천800.75(종가 기준 1천829.81)까지 급락하는 수모도 겪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올해는 금융위기가 아님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깨진 해”라고 말했다.

작년까지 최근 3년간 순매수 기조를 보였던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지난 17일 현재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1천억원 가량의 자금을 빼내가며 순매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에는 10조원에 가까운 한국 주식을 사들였으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자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자금을 빼냈다. 특히 유가가 하락하면서 중동계 자금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유가 하락 영향이 더해지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신흥국이 부진했고 자금 이탈이 확대되며 우리도 수급이 부진했다”며 “유럽계 매도가 컸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자금 이탈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반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실적에 대한 우려도 시장의 악재 중 하나였다.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로 모멘텀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으나 2분기 들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 3사의 대규모 영업 손실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특히 국제 유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효과로 이익은 늘어나지만 정작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며 국내 기업들의 `불황형 흑자`가 고착화됐다.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88곳 중 분석 가능한 498곳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천205조6천15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7조4천781억원과 56조4천962억원으로 12.69%, 11.31% 증가했다.

국내 및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조선, 철강, 기계 등 전통 수출주의 부진이 지속됐다. 다만 하반기에는 원/달러 약세 흐름 속에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며 대형 수출주가 주목받기도 했다.

업종별로 화학(8.1%→11.2%), 음식료(2.5%→3.1%), 의약품(1.2%→2.0%), 유통업(5.2%→6.7%), 서비스업(13.7%→15.3%) 등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작년 말보다 늘어난 반면 철강금속(4.2%→3.2%), 전기전자(25.3%→23.0%), 금융업(13.0%→12.3%) 등의 비중은 줄었다.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주요 20개국(G20)의 대표 지수는 작년 말 대비 평균 0.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2.8%에 그쳤으나 중국은 8.7% 상승했고, 일본도 9.2% 상승했다. 반면 미국은 0.4% 하락했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약 9년 6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한 이후 지난 17일 뉴욕증권가의 표정.                                                                /머니투데이 제공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약 9년 6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한 이후 지난 17일 뉴욕증권가의 표정. /머니투데이 제공

□ 불안 속에 채권시장도 출렁

올해 채권시장은 작년과 달리 금리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큰 변동성을 나타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국제 유가 등 대내외 변수들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5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 1분기에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와 한은의 3월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금리가 대체로 하락(채권값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유로존의 양적완화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심리가 일부 커지고 추가경정 예산 편성과 이에 따른 공급물량 부담이 불거지면서 2분기에는 상승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6월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50%로 내리고서도 추가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서 확산하자 채권 금리는 다시 하락세를 보여 10월 5일에는 사상 최저인 연 1.72%까지 떨어졌다. 이후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서는 다시 올라 최근에는 연 2.0% 안팎에서 움직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내려진 직후인 지난 17일에는 하루 전보다 0.04% 포인트 하락한 연 1.90%로 마감했다.

신용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간 금리격차)는 크게 확대됐다. 예를 들면 3년 만기 기준 국고채 금리는 올해 들어 0.37%포인트 떨어졌지만 AA- 회사채(무보증 3년) 금리는 0.28%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신용이 악화되면서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늘고 산업계 전반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실제 올해 10월에는 10조원에 육박하던 회사채 거래량이 11월에는 6조1천128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2008년 11월의 4조4천28억원 이후 7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단기와 장기채 금리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며 “연중 장단기 스프레드는 채권수익률 변화에 연동해 금리 하락기에는 축소, 금리 상승기에는 확대되는 흐름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김명득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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