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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참정권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2-16 02:01 게재일 2015-12-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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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준 나라는 1893년 뉴질랜드였고, 다음이 그 옆의 호주였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마오리족들이 가장 먼저 양성평등을 쟁취한 것. 핀란드(1906) 등 북유럽의 나라들이 차례로 뒤를 이었고, 미국(1920) 영국(1928) 등 서유럽이 뒤따라갔으며, 한국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48년에 도입했다. 가장 늦은 곳이 중동의 이란(1963) 등이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12월 지방선거부터 여성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만 여성참정권의 노정(程)이야말로 피로 얼룩진 길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참정권 요구 시위와 단식투쟁을 벌이다가 감옥에 갇히고, 단두대에 서기도 했다. 뉴질랜드도 여성 3만명이 2년간의 투쟁끝에 간신히 선거권은 얻었으나 피선거권을 획득하는데는 26년이나 걸렸고, 의원에 선출되기까지는 14년이 더 걸렸다.

마호메트는 여성을 `보호`할 조치를 취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족쇄`가 됐다. 눈만 내놓은 검은 자루(아바야)를 뒤집어써야 하고, 집안 남자의 허락을 얻어야 외출을 할 수 있고 차를 운전하는 일은 아직 금지돼 있다. 여성이 유권자로 등록하거나 입후보하려면 남편이나 아버지와 함께 선거관리소에 가야한다. 또 출마한 여성은 남자들 앞에서 선거유세를 할 수 없고, 남자 투표소와 여자 투표소가 구분돼 있는데, 여성의 것은 수가 적어서 여자들은 먼 길을 걸어가야 했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지방선거에서 여성 투표율이 82%로 남자투표율의 갑절을 넘었고, 여성 당선자가 20여 명이었다. 이슬람의 종주국 사우디에서 그것도 이슬람의 성지 메카, 제다, 리아드 등에서 여성 당선자가 나왔다는 것은 여성지위 격상의 신호탄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 것이다. 올해 초에 사망한 압둘라 국왕은 개혁적 인물이고, 서방세계의 충고를 받아들여 “2015년 선거부터 여성참정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약속을 후예들이 공약(空約)으로 돌리지 않았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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