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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등록일 2015-12-14 02:01 게재일 2015-12-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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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개성공단에서 열린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결렬되고 말았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현안을 다뤘지만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며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고 끝나 버렸다. 애초부터 차관급 회담에서 `통큰 협상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남북 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또 다시 실망을 안겨준 회담이다. 이번 당국 회담은 끊어진 남북 대화의 복원이 결국 쉽지 않고 통일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2차 대전 후 대부분의 여러 분단국은 통일을 성취하였다. 북위 17도선을 경계로 분단된 베트남은 오랜 내전을 겪은 후 975년 4월 월맹이 남 베트남을 점령하는 공산화 통일이 이루어졌다. 중동의 남북 예멘도 1990년 5월 합의에 의한 극적인 통일이 성사되었다. 남북 예멘의 정치 지도자들은 국경선의 석유 자원의 공동 개발을 목적으로 통일에 합의한 것이다. 독일도 1989년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무너진 후 1990년 10월 역사적인 통일과업이 성취되었다. 동독 의회가 서독 연방 편입을 결정함으로서 흡수통일이 된 것이다. 중국과 대만 역시 양안(兩岸)간에는 어느 활발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져 `사실상의 통일`로 나아가고 있다.

지구상에는 아직도 같은 민족이면서도 분단된 채로 살아가는 국가도 더러 있다. 오스트리아는 같은 게르만 민족이면서도 독일과 분리하여 영세 중립국 국가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외몽고 역시 중국에 편입된 내몽고와는 별도로 몽골 공화국이라는 독립 국가를 선포하였다. 인구 약 300만의 몽골 공화국이 중국에 편입된 내몽고 자치구와 통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몽골 국립대학 락바 교수는 몽골에는 내몽고와 통일하자는 사람도 없고 관심마저 없다고 솔직히 털어 놓은 적이 있다. 통일에 관한 꿈과 의지가 없는 곳에서 통일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다. 남북 모두 통일에 관한 열망이 어느 나라보다 강한데도 한반도 통일은 이룩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의 통일에 관한 열망뿐 아니라 남북 공히 통일부나 조국 평화통일위원회 등 통일을 위한 부서까지 두고 있다. 그러한데도 우리가 통일을 이룩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독일의 통일 과정을 자세히 살펴 보면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독일은 통일 전 주변의 4강인 미, 영, 불, 소를 설득하여 통일의 외교적 토대를 튼튼히 마련하였다. 우리는 아직도 한반도 통일에 관한 주변 4강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독일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동방정책이라는 독일 통일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였다. 그러나 남북은 공히 통일에 관한 일관적인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남북 당국은 정권의 창출과 유지 발전에 통일 문제를 역이용하였다. 1971년 남북 당국은 7·4 남북 공동 성명을 통해 통일의 꿈을 잔뜩 부풀려 놓고는 남쪽의 유신체제와 북쪽의 주석제라는 권력의 절대화 수단으로 이용하였다. 한편 독일은 양독간의 전쟁이 없었을 뿐 아니라 교류와 협력이 꾸준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반도 동족간의 6·25 전쟁은 상호 불신과 갈등을 더욱 증폭시켜 버렸다. 한반도는 이러한 사정들이 상호 중첩되어 통일의 길은 더욱 난해한 과제가 되어 버렸다.

개성 공단에서 오랜만에 재개된 남북 대화는 또 다시 결렬되고 말았다. 8년 만에 재개된 남북 당국자 회담이 남북 교류와 협력의 물꼬를 트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남북관계의 흐트러진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가도록 회담을 재개하여야 한다. 이에 대비하여 우리 정부도 회담 성사를 위한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남북관계가 계속 표류하여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박근혜 정부가 끝난다면 남북관계는 `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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