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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문화동질성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2-04 02:01 게재일 2015-1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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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다른 것은 정치이념 뿐, 문화DNA는 동족(同族)이다. 통일의 강을 건너려면 `신뢰`라는 징검다리를 먼저 놓아야 하는데, 그 다리는 문화에 있다. 점점 달라져가는 언어부터 붙잡기 위해 2004년 `겨레말큰사전` 남북 공동편찬회의가 꾸려졌다. 5·24조치로 한때 중단됐다가 지난해부터 재개됐고, 이달 7일부터 15일까지 중국 대련에서 만난다. 2019년 사업이 완료되면 33만여개의 낱말이 실린 `남북큰사전`이 출간될 것이다.

고려 왕궁 `만월대`는 1361년 홍건적의 침입으로 불탔다. 공민왕이 안동까지 피난왔다가 청량산에 숨어 지낸 시절이다. 7년전부터 남북 고고학자들이 만월대 발굴을 진행중이고, 발굴된 유물들로 전시회도 했는데, 최근에는 금속활자 한 개가 또 나타났다. 1377년에 금속활자로 찍어낸 `직지(直指)`는 독일 구텐베르크보다 70년 앞섰으니, 고려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발명국이고, 세계 최고의 인쇄문화를 가진 국가였다. 고려는 국제무역으로 세워진 부국이고, 송악은 인구 70만의 국제도시요, 만월대는 최고문화의 중심이었음이 이번 금속활자 발굴로 재증명됐다.

고려의 전신이 궁예의 태봉국이다. 신라 왕족이었던 궁예는 후고구려를 세워 국호를 태봉(泰封)이라 하고, 철원땅에 도읍을 정했다. 왕건은 그 밑에서 연명하다가 13년 후 궁예를 몰아내고, 송악으로 천도(遷都)한다. 13년간의 후고구려 도읍지였던 철원에는 `궁예도성`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다. 면적 9500만㎡에 인구 20만명이 살았던 도시로 추정된다.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이 도읍지는 `남북으로 경원선, 동서로 군사분계선`이 지나고, 지금은 DMZ 한가운데에 갇혀 `잊혀진 옛터`가 돼버렸다.

이 궁예도성을 만월대처럼 남북 공동으로 발굴조사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DMZ의 세계 생태 평화공원화`의 가장 좋은 모델이 될 것이란 견해다. 이 일도 남북이 함께 하고, 경주 반월성 발굴조사에도 북한 학자들이 참여하면 더 좋은 `징검다리`가 만들어질 터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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