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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장비부터 제대로 갖춰야

등록일 2015-12-04 02:01 게재일 2015-1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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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소방관 인권실태 조사`를 했다. 전국 8천525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언어폭력을 당한 소방관은 38%, 신체적 폭력은 8.2%였다. 불면증과 수면장애를 겪는 소방관은 43.2%였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는 19.4%로 일반인의 20배 가량이었다. 또 부상 소방관 중 83.3%는 공무상 요양 신청을 하지 않고, 치료비를 자부담한 경우가 69.5%나 되었다.

연구팀은 “광역자치단체에 소방관이 소속돼 있기 때문에 일치된 건의를 하기 어렵고 환경개선 요구가 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소방관들이 각종 소방장비도 자비로 구입한다. 장갑, 렌턴, 안전화 등 개인장비 자비 구입비율이 3명 중 1명이라 한다. 방화복이 모자라서 `돌려입기`를 하고, 화염과 맞서는 사람이 목장갑을 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가 탄생했고,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다를 것”이라 했지만, `소방`에 관한 한 달라진 것이 없다. 장비는 여전히 부족하고, 공상을 당해도 신고조차 하지 않는다. 해봐야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화재가 많은 겨울철에 접어들었는데 소방관의 사기는 자꾸 떨어진다.

`소방관의 적`은 유독가스다. 불에 타는 모든 재질은 가스를 내품는 데, 그 대부분은 중병을 유발시키는 독가스다. 화재 현장에서 이 유독가스를 오래 마신 소방관은 백혈병이나 혈액암에 잘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피해자들이 국가의 도움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인·법조인 등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고, 감사에서 지적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공상 신청을 대부분 부결시킨다. 그러니 억대 치료비가 드는 난치병도 소방관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미국은 “유독가스가 백혈병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학적 연구를 인정한다. 채용할 때 건강했고, 가족 친척중에 암환자가 없으며, 5년 이상 현장 출동을 했다면, 대체로 암에 걸린 소방관을 공상(公傷)으로 인정하고 국가가 치료비를 부담한다. 미국에서는 소방관이 인기직종이다. 결혼 대상으로 상위권에 올라 있다. 대우가 그만큼 좋기 때문인데, 우리나라 소방관들로서는 꿈같은 일이다. 일반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의 `업무`는 전혀 다른데, 공상에 대한 평가는 동일하다. 한참 잘못됐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고 하지만, 안전의식 특히 소방관 대우에 관한 수준은 개발도상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장비라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유독가스를 막을 방독면 같은 장비라도 모자라지 않게 지급해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와 의회가 소방장비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져서 예산 좀 깎지 말았으면 좋겠고, 전국 소방관협의회를 만들어서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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