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백가(諸子百家)들이 나름대로 전개한 논리들을 집대성하고, 거기에 정신수양의 방법으로 시부송책(詩賦頌策)이라는 글짓기를 얹었다. 신라·고려·조선시대를 통틀어 그런 과목들이 인재등용의 수단이었던 것은 `인간(人間) 만들기` 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능주의 시대에 그런 교과목들은 시험과목에서 완전히 빠졌다.
`의학전문대학원`은 의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의술을 가지면 돈과 명성과 존경이 따라오니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든다. 의술은 인술(仁術)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원칙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한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이 동급생 여자친구를 2시간 동안 폭행해서 갈비뼈 2대를 부러뜨렸는데,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으나, 광주지법 형사단독2부 최현정 판사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온정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저런 덜된 인간이 의사가 되면 여러 사람 잡겠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인성교육이 뒷전에 밀린 시대의 한 단면이다.
양심(良心)을 아예 팔아버린 학자들도 많다. 남의 저서에 표지만 바꿔 자기 저서인양 둔갑시켜 책을 팔아먹은 교수가 전국 50개 대학에 200명 가량이나 된다. 이른바 `표지갈이`인데, 원저자나 표지갈이 한 교수나 다 한 통속이고 출판사도 공범이다.
이런 범죄가 관행이라 하니, 우리나라 학계는 `학문조폭들의 놀이마당`이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연구실적`도 높이고 돈도 버니 `양심을 판 불로소득`이 꽤 솔솔하다. 머리만 좋고 인성 못 갖춘 인간들이 설친다. 과거에는 대학을 상아탑이라 하고 진리의 전당이라 했었지만, 인간이 인간 답지 못하니 모든 가치가 무너졌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