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는 한국 역사의 시발점과 같은 아이콘적인 역사이다.
삼국시대는 여러 소국들 중 기원전 1세기부터 중앙집권적 국가로 발전한 고구려, 신라, 백제의 삼국과 그 판도에 영향을 끼친 가야 연맹을 포함한 4개 국가가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 세워지면서부터 7세기에 신라에 의해 통일되기까지의 시대를 가리킨다.
4국이긴 했지만 가야연맹은 국가적 형태를 갖추기 이전에 멸망하면서 신라에 병합됐고 그래서 우린 이 시절을 삼국시대라고 부른다.
그후 한반도는 고려시대 조선왕조를 거치면서 하나의 단일국가로 발전돼 왔다.
그래서 이제 한국은 단일국가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의 지역주의적 상황은 정말 우려가 된다.
물리적으로 다시 남북이 갈린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이더라도, 왜 동서가 늘 정서가 다른 `준삼국시대`가 계속되고 있는가?
이런 와중에 새정치민주연합의 4선의 김성곤 의원(여수)이 신선한 선언을 했다.
그는 내년 호남지역 불출마 선언을 했다. 여수에서 오랜 텃밭을 가꾸어온 유명한 호남 중진의 텃밭 불출마 선언은 19대 국회 들어 처음이기도 하지만 시기가 매우 적절해 보인다.
난마처럼 얽힌 새 정치민주연합의 현 상황에서 다른 의원이나 당내 중진들의 후속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또 정당들의 지역타파라는 큰 그림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김 의원에게 대의를 위한 결단에 대한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그는 유명한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의 친 동생이다.
미국 해군정보국 정보분석가이던 로버트 김은 1996년 미국의 군사기밀을 한국에 건넨 혐의로 미국에서 오랜 수감생활을 마친 뒤 2005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애국인사이다. 그 혐의의 정당성은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지만 한국의 통일을 위해 애썼다는 업적은 크게 기려지고 있다.
그런 가족의 피를 받은 탓일까?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당이 침몰의 위기에 빠져 있는데 호남 최다선 의원이 지역구에서 표 몇 장 더 얻으려고 바삐 뛰는 모습이 미안하고 한심하게 여겨졌다”고 털어 놓았다. 또한 “갈라진 당심과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욕심 같아서는 김 의원이 영남 쪽에 와서 당선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물론 미국에도 남부와 북부의 정서가 있고, 영국에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반목은 꽤 유명하다.
그렇긴 하지만 호남 사람은 호남에서 무조건 당선되고 영남사람은 영남에서 무조건 당선되는 인물과는 상관없는 현재의 영호남의 대표 선출 행태는 더 이상 계속 되어서는 안된다.
몇 해전 포항에서 한 후보가 여당의 후보 공천경쟁에 뛰어들었을 때 잠시 지켜보고 도와드린 경험이 있다.
그 당시 느낀 것은 후보로 공천되면 무조건 당선이기 때문에 공천 경쟁 자체가 선거 보다 더 치열하게 진행되는 이상한 모습을 보았다.
마치 한국의 양궁이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 보다 한국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상황과 흡사한 모습을 보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이제 이런 모습은 끝내야 한다.
우린 언제까지 삼국시대 인가? 우린 언제까지 영남, 호남으로 갈리어 같은 국토이지만 다른 정서를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김성곤 의원의 당선이 확실시 되는 호남지역 불출마 선언은 아주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이다. 부디 김 의원의 결단이 삼국시대를 끝내는 대장정으로 이어지길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