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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자랑거리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2-01 02:01 게재일 2015-12-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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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컬럼비아대의 한 연구팀이 각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성비와 범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는데,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나라는 중국과 인도이고, 불균형을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여성에 비해 남성이 많을 수록 청년들의 범죄가 늘어난다” 는 결론인데, 중국과 인도에서는 `결혼자금(지참금) 마련을 위한` 강력범죄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별로 공감하지 못한다.

여성 대비 남성의 비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강력범죄가 5~6% 증가한다는 것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한 연구인데, 남아 선호사상이 극심한 중국과 인도에서는 `딸을 임신했다`는 진단이 나오면 사정 없이 낙태를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인디라 간디` 같은 여성 지도자를 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워낙 낮아서 `딸은 애물단지`란 인식이 강하다. 중국은 딸을 낳으면 횡재했다고 축하하는 지역도 있다. 많은 지참금을 받고 시집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중국도 남아선호사상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성비가 116.5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상범위인 105로 내려왔다. 이것은 산아제한 정책의 부산물이다. 딸 많은 집이 아들 보겠다고 자꾸 낳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란 구호가 나오면서 `아들은 대를 이을 종자`란 의식이 많이 희석됐다. 또 “딸 가진 부모는 비행기 타고, 아들 가진 부모는 달구지 타고 간다”란 말도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근래에 와서는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이고, 딸은 내 자식이다”란 말이 나름대로 공감을 얻는다.

필리핀의 교통경찰은 부패로 악명이 높았는데, 여성 경찰은 남자에 비해 청렴했다. 그래서 교통경찰 전부를 여성으로 교체하겠다는 정책이 나왔으나, 남자경찰들이 총궐기 폭력시위를 하는 바람에 흐지부지 됐다. 어떤 나라든 여성 공직자가 남성보다 깨끗한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그래서 나라 마다 `여성할당제`를 채택한다. `성비 정상화`는 우리나라의 숨겨진 자랑거리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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