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등장 이후 우후죽순처럼 나타난 시사 정치 토크 프로그램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정치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이 프로그램에 매료되어 매일 시청하는 사람도 있단다. 종편 채널을 돌려가면서 시간 보내기엔 안성맞춤일지도 모른다. 종편의 정치 토크의 출연자 중에는 전직 언론인, 교수, 전 현직 정치인, 법조인, 여론 조사 기관의 책임자 등 그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의 발언은 시청자들의 정치적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주의 깊게 보지 않을 수 없다.
조선 TV, 채널 A, MBN, JTBC 등 종편은 `시사 토크 쇼` `시사 탕탕`, `담담타타(談談打打)` 등 시사 정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 간에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듯하다. 이러한 시사 토크 프로그램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이 프로그램들은 일단 시청자들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정치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상파 방송의 천편일률적인 정치 뉴스에 갈증을 느낀 시청자들에게 정치에 관한 관심을 촉발시키는데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종편의 정치 토론 프로그램이 미치는 부정적이고 역기능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종편의 정치 관련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정치에 관한 과열을 부추기는데 문제가 있다. 종편의 시사프로그램이 시민들의 정치 참여의 과잉을 통해 이 나라 정치를 부정적으로 활성화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종편의 정치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부 토론자의 인기 위주의 발언, 무책임한 주장은 공중파 전파를 타고 전국에 퍼지기 마련이다. 그것은 결국 맹목적으로 수용한 시청자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쳐 정치 과열을 더욱 부추긴다. 우리 사회에서 근년 노년층의 투표 참여율이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한 정치 관련 시사 프로그램은 한국 정치의 보수와 진보라는 양극 구조를 더욱 확대 재생산 시킨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의 토론자들은 대체로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편으로 나누어 참여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매일 이러한 대립된 입장을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결국 한쪽의 입장을 선택하고 지지하게 된다. 한국 정치판의 고질적인 여야 정치의 갈등 구조가 종편을 통해 시청자까지 더욱 갈라놓는데 문제가 있다. 토론 과정에서 중도적인 입장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토론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합리적인 논증도 없이 상대를 비판하고 흠집 내는 이러한 토론 구도는 우리 정치의 안정과 발전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
이제 종편은 자중하여 보다 공정하고 세련된 정치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우선 최소한 시청자들의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 시사 프로그램이 시청률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주제의 선정부터 공영 방송의 공정성이라는 본분에서 이탈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먼저 방송의 진행자부터 올바른 정치적 식견과 자질을 가진 사람으로 대체하여 방송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이념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편파성을 극복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토론자들의 참여기회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그 판단은 시청자 몫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토론자들의 자세가 정립되어야 한다. 일부 토론자들은 정치적 사실에 관해 객관적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지나치게 노출하고 있다. 토론자들 중에는 사실 확인도 않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책임한 선동으로 시청자를 우롱하는 사람까지 있다. 심지어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도 없이 만물박사형 토론자 까지 등장하고 있다. 토론자들의 이러한 행태는 일시적으로 시청률은 올릴지 몰라도 그것이 이 나라의 정치 발전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연구와 강의에 바쁜 현직 교수가 밤낮 종편에 출연하는 풍조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종편 출연 일부 토론자들의 역할에 관한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