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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뜻·국민의 뜻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1-20 02:01 게재일 2015-11-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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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기 유럽은 전국(戰國)시대였다. 교황 우르반 2세는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까 고민하다가 `공동의 적`을 만들기로 했다. 당시 교황은 정치권도 가졌으므로 `최고 존엄`이었다. “우리의 성지 예루살렘이 이교도들의 점령하에 있다. 참을 수 없다. 그 성지를 되찾는 일은 신의 명령이다” 이 칙령에 의해 로마 가톨릭 국가들은 `한 깃발` 아래 뭉쳤다.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향해 진군했는데, 그 길목에 있던 이슬람의 나라 시리아가 `초장 마수거리`로 초토화됐다. 오늘날 시리아가 IS의 근거지가 된 것도 다 `원죄`가 있다. 유럽 전쟁의 방향을 중동지역으로 돌리는 일에는 십자군이 일단 성공했지만, 본래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150년이나 이어진 긴 전쟁이 남긴 것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골 깊은 원한`이다.

이번 파리 테러의 배후 인물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는 “무슬림을 공격하는 십자군을 응징하는 것은 신의 뜻이고, 신의 선택으로 유럽에 입성했다”고 말했다. 파리 참사현장 총구멍에 장미 한 송이와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뭐? 신의 뜻이라고?”. 어떤 신이 수백명의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라고 시키더냐, 지구상의 종교전쟁은 모두 신의 뜻이냐는 항변을 짧게 표현한 글이었다.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평화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신의 뜻`을 팔아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툭하면 `국민`을 판다.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정당들은 모두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정강정책을 수립한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당신들이 말하는 국민은 대체 어떤 부류의 국민인가?”라는 항변도 나온다. 좌·우 이념으로 갈라져 팽팽히 맞서 있는 분단국가에서는 `국민의 색깔`도 나뉘어지기 때문이다.

쇠파이프, 쇠사다리, 고무새총, 벽돌로 공격하는 불법폭력 시위대에 대응할 경찰 장비를 보완하기 위한 예산을 야당은 대폭 깎겠다고 한다. 이것도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인가. 어떤 국민이 찬성하겠는가.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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