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국교는 불교였는데 나라가 망할 무렵에는 종교도 타락했다. 세금과 노역을 피하기 위해 사찰에 농토를 헌납하고 소작인이나 노비가 됐고, 군역(軍役)을 피해 절간으로 도망 간 범죄자들로 사병(寺兵)을 만들었는데 그 도망자를 공권력이 체포할 수 없었다. 절간은 국법이 못 미치는 소도였다. 그래서 정도전은 `불씨잡변`에서 “사찰은 범죄자의 소굴이었다”라고 썼다.
과거 명동성당과 조계사는 `시위꾼들의 은신처`였는데 명동성당은 “이 사람들 보호할 이유가 없다” 해서 내보내고 다시는 받지 않았다. 그래서 조계사가 유일하게 `소도` 구실을 한다. 종교단체라 해서 국법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옛 상고시대의 습속이 아직 남아서인지 공권력도 눈치만 본다. 불교도들의 표가 엄청나니,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터. 2008년 광우병파동때 이석형 민노총 위원장. 2013년 12월 철도파업때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의장 등이 조계사에 은신했었다. 그리고 지난 14일에 있은 서울 도심의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도 지금 조계사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한 위원장은 선동연설에서 “언제든 노동자·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뒤집을 수 있고, 전국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했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두려워 말고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라”고 했다. 그는 세월호 추모집회때 불법시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있지만 계속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계사는 언제까지 방조자가 되려나.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