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실질적 정권교체`라 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버마의 선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선거와는 다르다. 1990년 총선에서 수치 여사의 NLD가 압승했지만 군부가 선거무효(헌법위반)를 주장하며 정권을 넘겨주지 않았던 전력(前歷)이 있다.
그동안 서방세계가 군사정권을 집중 공격하고, 유엔사무총장이 항의성 방문을 하고,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을 비난하는 국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군사정권이 2011년부터 개혁개방을 시작했고, `국제감시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번 총선을 치렀지만, 미얀마의 헌법은 여전히 `군사정권의 막강 요새`가 되고 있다.
이 나라 헌법에는 “외국인 자녀를 둔 국민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희한한 조항이 있다. 수치 여사는 영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영국국적의 아들` 둘을 두었으니, 이 조항은 `오직 수치의 대선 출마`를 막고 민주화세력을 저지하기 위한 방어벽이다. 또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군부가 상·하원 의석 25%를 할당받는다”란 기상천외한 규정도 있다. 그러니 헌법 개정도 쉽지 않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30%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대통령이 군통수권을 갖지만, 미얀마 헌법은 `군총사령관`에게 그 권한을 주었다. 비록 “군 총사령관은 국가안보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란 헌법규정이 있지만, 위원회 위원 절반이 군부 인사기 때문에 사실상 군부가 총사령관을 지명하는 꼴이다. 또 국방 경찰 내부 등 안보장관 3명을 총사령관이 임명하도록 돼 있으며, 중요 기업들을 모두 군부가 장악하고 있으니, 버마의 민주화는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