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는 좌(左)뇌를 주로 사용해서 협잡 사기꾼으로 살았고, 후반기는 우(右)뇌가 발달해서 `로빈슨 크루소`를 쓰는 등 모범시민으로 살았다. 디포는 많은 재주를 타고났다. 말재주, 글솜씨에 정치협상가의 기질도 가졌다. 권력 주변을 맴돌다가 거액의 정부 돈을 횡령하고 6년 징역을 살았다. 그러나 말년에 들어 `철`이 들었다.
한 스코틀랜드 해적이 무인도에 버려졌다가 혼자 살아간 이야기를 듣자, 상상력과 문장력이 발동, `로빈슨 크루소`를 낳았다. 이 소설은 유럽을 해양강국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청소년들은 바다를 무대로 한 모험을 꿈꾸게 됐고, 그 개척정신이 바탕이 돼 `바다를 넘어 식민지를 개척한` 바이킹의 나라 서·북유럽이 탄생했다.
왼쪽 뇌가 발달한 사람은 알렉산드대왕, 스탈린, 마르크스, 레닌, 히틀러 등이고, 오른쪽 뇌가 발달한 사람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예수, 공자, 간디 등을 들 수 있겠다. 혁명이나 전쟁을 통해서 순식간에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을 `급진 좌파`라 하고, 순리를 따라 차근차근 합리적으로 일을 추진하려는 사람을 `온건 보수`라 부르는 것도 그 근원이`좌뇌 우뇌`에 있다. `인문학 교과서`를 지어낸 춘추전국시대의 성인들이 추구한 과제는 “좌뇌와 우뇌를 조화시켜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중동을 `영원한 화약고`라 하는 것은 이 지역이 `지속가능한 무기 소비시장`이기 때문이다. 중동의 분쟁이 없어지면 선진국 무기상들이 파산한다. 지금 시리아에서는 3개 세력이 대립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정부군을 지원하고, 미국은 반군을 도와주고, 그 틈새를 파고든 IS(이슬람국가)는 `인질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자생한다. 아덴만의 해적과 탈레반이 숙질만 하니, 시리아가 `전쟁무기 소비처`로 등장했다. 또 필리핀에서는 납치산업이 `창업`단계를 지났는데, 작년과 올해 한국인 9명이 납치 살해됐다. 무기상인들이 `좌뇌 인간`을 자꾸 만들어내지만, 우뇌를 살려낼 성인은 안 보인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