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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등록일 2015-11-11 02:01 게재일 2015-11-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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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산
순대집 좌판의 소주병들도

제 스스로 술에 취해 쓰러지는 밤

구겨진 종이돈 세는 일만 바쁜 하루였다 쓴다

난전의 보기 흉한 쓰레기조차

주섬주섬 잠자리를 펴들 때

돌아가야 난전의 좌판 같은 집

찬밥이 있고 찬밥처럼 누워 있는 식구들의 방

자정 늦게 구겨진 돈을 펴

글줄깨나 익힌 아들이

잔술에 취해 문득 시라고 부르기도 하는

밤이라 쓴다

가난하여 힘겨웠던 지난 세월, 자식들 공부시키고 가족들 먹여살리려 종일 좌판에서 일하다 귀가해 종일 벌어온 구겨진 종이돈을 펴는 부모님 곁에서 술에 취해 돈도 안되는 시를 쓴다고 낑낑거렸던 시인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고 있다. 어려웠던 지난 시간들이 아주 감동적인 한 그림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고들 하지만 이 땅 어딘들, 지금인들 이런 가슴 아픈 서사가 없겠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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