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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외교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1-06 02:01 게재일 2015-11-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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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위안부 소녀상`이 나란히 앉았다. 두 나라 조각가들이 각각 만든 것이다. 한복 입은 단발머리 소녀와 치파오 차림에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소녀상을 같이 앉히자고 제안한 중국인 영화제작자 레오스융(54)씨는 “중국도 한국과 같이 일제의 피해국인데, 한국 소녀상만 혼자 있어 너무 외로워 보였다”고 했다. 서울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말한 것. 두 동상 옆에는 빈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동남아 다른 피해 여성들을 앉힐 자리다. 여러 나라 위안부상들이 줄을 잇게 되면 그 또한 `일본의 아픔`이 될 것이다. 독일과 달리 반성을 모르는 자에 대한 징벌이다.

한국과 중국은 공동으로 위안부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난징대학살 기록은 최근 등재됐다. 일본은 갖은 방법으로 방해하다가 실패하자 “유네스코 분담금 지급 중단을 고려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분담금을 2년 이상 내지 않으면 총회 의결권도 사라지고, 회원국의 혜택도 없어진다. 그러니 `지급중단` 협박은 별 효과가 없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은 관련국이 공개토의를 거쳐 결정하지만 `기록유산`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로 결정한다. 가해자 일본은 당연히 참여하지 못했다.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는 다 바둑 애호가들이고, 급수가 상당하다. 한국은 바둑을 `두뇌스포츠`라 하는데, 중국은 `정신수양의 한 방법`이고, `처세의 교훈`이라 여긴다. 세상의 이치가 바둑판 위에 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중 양국 정상이 만날때도 석불(石佛) 이창호 9단과 중국 국수 칭하오 9단을 불러 자랑으로 삼는다. 심지어 자개 박은 나전칠기 `바둑알 담는 통`을 국빈선물로 주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과 `핑퐁외교`로 죽의 장막을 열었고, 한국과는 바둑외교로 `새동무`의 정을 두터이 한다.

한·중·일 동양 3국은 다 바둑문화를 가졌다. 북한도 다르지 않다. 남북이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그것은 단연 바둑이다. 한중일에 북을 포함시켜 4국 바둑경기를 개최하는 것도 추진해볼 일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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