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회마을 충효당에서 `종손 종부 취임 고유제`가 있었다. 이를 길사(吉祀)라 하는데 조상 사망일에 엄숙히 지내는 기제사와 달리 길재는 좋은 일이 있을 때 이를 조상에 고하는 축제행사다. 절차는 다 같지만 길재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지낸다는 점, 복장을 `종손·종부복`으로 화려하게 차려 입는다는 점이 다르다. 류영하 공의 삼년상이 끝나면서 장남 류창해씨 부부가 종손·종부의 자리에 올랐음을 서애 선생 영전에 아뢰는 길재였다.
가문마다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다. 종부의 주된 일이 음식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달된 문화다. 여기서 나온 요리책으로 안동장씨의 `음식디미방`과 광산김씨 설월당 종가의 `수운잡방`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경북도는 이 `종가음식`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전통요리법에 호텔 한식당 요리사의 첨단기술을 접목시키면 `창조경제`의 한 종목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종가 음식에는 4덕이 있다. 미(味)·미(美)·정(情)·례(禮)가 그것이다. 현대 음식은 맛과 모양 위주로 만들지만 종가음식에는 `인정`과 `예절`까지 담긴다. 그것은 `예술품 창작`과 같은 혼을 넣는 일이다.
최근 안동 종가음식체험관 예미정에서 4개국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7첩반상과 9첩반상, 안동건진국수, 신선로, 비빔밥, 간고등어찜, 숙채콩가루찜 등을 선보였다. 항균기능이 있는 놋그릇을 쓴 것도 특별했다. 4덕을 갖춘 우리 경북의 종가음식이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세계로 뻗어나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