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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픔, 음악으로 위로받고 치유했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5-11-03 02:01 게재일 2015-11-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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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욱, 성대 신경마비 딛고 11년만에 싱글 발표
가수 김태욱이 11년 만에 싱글 앨범으로 돌아왔다. 성대 신경 마비 진단을 받고 2004년 `미스터 김`을 끝으로 가요계를 떠나 사업가로 변신한 그가 가슴 속에 묻어뒀던 음악을 향한 열정을 다시 불태웠다.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올해 여름쯤부터 심신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며 재충전할 방법을 찾던 중 음악이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제가 성공한 벤처 사업가이고, 유명한 여배우와 결혼해 살다 보니 행복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 저도 사회인으로서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하고, 너무 `올인`해서 살다 보니 정신적인 `맷집`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말하자면 배터리가 다 닳아버렸죠.”

1998년 성대 신경 마비 진단을 받고 줄곧 음악을 애써 외면하던 그는 이렇게 마음의 건전지가 방전된 순간에 우연히 노래를 듣고 힘을 얻었다.

김태욱은 “어느 날 라디오에서 우연히 김현식 선배님의 `내사랑 내곁에`가 울려퍼지는데, 제가 아픈 것보다 더 아픈 노래를 들으니까 `이열치열` 하듯 위로가 되더라”면서 “이 때부터 음악이라는 친구에 새롭게 마음을 열었고, 병원도 안 가고 음악으로 위로받고 치유가 됐다”고 말했다.

서서히 음악에 다시 정을 붙이던 그가 앨범까지 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자신이대표로 있는 ㈜아이패밀리SC 직원들과의 만남에서였다. 그는 창업 16년째를 맞아 식사 자리를 빌려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가 차장인 이종현 씨가 사실은 작곡가의 꿈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종현 씨하고 소주를 한 잔 같이 하면서 꿈 얘기를 하다가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7년 전에 부산에서 올라와 작곡가의 꿈을 안고 음악가들을 찾아다니다 포기하고, 회사에 취직한 거죠. 보니까 작곡가로 성공하지 못한 트라우마가 있더라고요. 그런 직원하고 사장이 힘을 모아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비타민 같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정말 좋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이씨가 작곡하고 김씨가 가사를 써 완성된 곡이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다. 시원한 기타 반주에 김태욱의 거친 `원초적` 창법이 두드러진이 노래에는 김씨에게 다시 용기를 준 고(故) 김현식이 등장한다.

“김현식의 노래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 봐 / 내사랑 내곁에 들으며 한잔 두잔 또꺾어 / 김태욱의 마음에도 그대가 살고 있나봐 / 잊는다 잊겠다 해놓고 다시 그리워불러봅니다.”자연스럽게 “김태욱의 마음에 `그대`가 누구냐”는 물음이 나왔다.

김태욱은 “결혼한 사람이든 총각이든 마음속에 아련한 사람 한 명씩은 있을 거다. 또 아련하게 꿔왔던 꿈, 포기했던 꿈, 희망도 있을 것”이라며 “더는 이뤄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픔, 해보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간절함이 다 포함된다”고 말했다.

부인인 채시라씨의 반응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부인에 대한 질문은 피해가고 싶다”며 웃던 그는 “부인도 예전에 했던 노래보다는 훨씬 더 진정성이 느껴지고, 예전에 들었던 음악은 마니아 음악이라면 지금은 많은 사람도 좋아할 수 있는 노래인 것 같다 담담하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활동은 띄엄띄엄했지만 1991년에 데뷔한 김태욱은 나름 25년차 가수다. 그는 “스물한 살에 데뷔할 때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고 진정성은 별로 보이지 않는 음악을 했던 것 같다”며 “이제야 내가 나아가야 할 색깔, 장르를 찾았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술로 말하자면 소주고, 야생, 원초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글앨범에 함께 수록된 `속초에서 만들었던 노래`는 김태욱의 하모니카 연주곡이다. 그는 “지난해 중순 속초에 놀러 갔다가 눈에 보이는 기타를 쳐서 10분 만에 작곡한 노래”라며 “동행이 아구찜을 소재로 가사를 써보자고 했는데 가사가 나오지 않아 예고편처럼 하모니카 연주곡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하며 산전수전을 겪고, 음악에도 부침이 있었던 그가 재차 강조하려 애를 쓴 것은 음악의 진정성이다.

“오랜만에 녹음실에 가보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아채는 음정 차이나, 끝음의 떨림을 어떻게 하나 생각했는데 `디지털로 살릴 수 있다`고 유혹하더라고요. 끝까지 참고 하지 않았는데 정말 잘했다 싶어요. `여러분 많이 사랑해주세요` 이런 말보다, 스토리가 있고 진정성 있는 노래를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활동하겠다고 말씀드립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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