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재계약 `차일피일`… 감독선임 문제 비난 면치 못할 듯
포항이 내년도 ACL 티켓을 결정지을 리그 3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황선홍 감독과 결별을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포항구단이 자충수를 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9일 포항구단은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미래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혀 사실상 올 연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황선홍 감독과의 재계약이 불발됐음을 공식 인정했다.
지난 26일 황 감독의 결별설 보도가 터진 지 3일 만에 구단이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포항구단측은 최근 황 감독의 하차설이 터지면서 선수들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 등으로 시즌 3경기를 끝낸 뒤, 황 감독과 결별을 공식 발표하려 했으나 추측성 보도와 관련 취재 문의가 잇따르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이날 입장을 정리했다.
문제는 구단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감독 하차가 결정되면서 `수장을 잃어 버렸다는 생각`에 선수들이 흔들릴 가능성은 상당해 보인다. 여기다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신화용, 김태수, 황지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재계약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믿고 따르던 감독의 하차로 주전 선수들의 대거 이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남은 3경기에서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현재 포항은 불안한 리그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도 ACL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3위 입성도 불안한 상황. 3위 수원과 승점 1점 차, 4위 서울과 승점 4점 차이다. 여기다 포항은 내달 22일 수원, 29일 서울전을 남겨두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서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악재가 터진 것은 `결국, 포항 구단이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통상 감독과의 재계약은 시즌 중반께 시작해 일찌감치 마무리 짓는다. 다음 시즌을 고려해 감독에게 힘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단, 구단이 감독과의 재계약 의사가 명확할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포항은 황 감독과의 재계약을 차일피일 미뤘고, 기다리다 지친 황 감독 역시 미래를 위해 하차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부임한 김응규 사장이 5개월 만에 물러나고, 지난 7월 신영권 사장이 부임하는 등 큰 변화를 겪은 포항구단 내부 사정도 황 감독의 하차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포항구단은 “쉴 새 없이 지도자 생활을 해온 황 감독이 축구 철학의 업그레이드와 자신을 충전하기 위해 시간을 갖기 위해 하차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팀 사기가 충분히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포항구단이 중요한 시점을 앞두고 부랴부랴 발표했다는 점에서 구단 수뇌부가 감독 선임 문제를 소홀히 하면서 스타 감독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