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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충수 둔 포항, 결국 명장 잃어

김기태기자
등록일 2015-10-30 02:01 게재일 2015-10-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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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재계약 `차일피일`… 감독선임 문제 비난 면치 못할 듯
포항스틸러스가 중요한 일전을 남겨둔 시점에서 악재가 터졌다.

포항이 내년도 ACL 티켓을 결정지을 리그 3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황선홍 감독과 결별을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포항구단이 자충수를 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9일 포항구단은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미래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혀 사실상 올 연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황선홍 감독과의 재계약이 불발됐음을 공식 인정했다.

지난 26일 황 감독의 결별설 보도가 터진 지 3일 만에 구단이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포항구단측은 최근 황 감독의 하차설이 터지면서 선수들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 등으로 시즌 3경기를 끝낸 뒤, 황 감독과 결별을 공식 발표하려 했으나 추측성 보도와 관련 취재 문의가 잇따르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이날 입장을 정리했다.

문제는 구단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감독 하차가 결정되면서 `수장을 잃어 버렸다는 생각`에 선수들이 흔들릴 가능성은 상당해 보인다. 여기다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신화용, 김태수, 황지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재계약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믿고 따르던 감독의 하차로 주전 선수들의 대거 이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남은 3경기에서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현재 포항은 불안한 리그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도 ACL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3위 입성도 불안한 상황. 3위 수원과 승점 1점 차, 4위 서울과 승점 4점 차이다. 여기다 포항은 내달 22일 수원, 29일 서울전을 남겨두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서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악재가 터진 것은 `결국, 포항 구단이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통상 감독과의 재계약은 시즌 중반께 시작해 일찌감치 마무리 짓는다. 다음 시즌을 고려해 감독에게 힘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단, 구단이 감독과의 재계약 의사가 명확할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포항은 황 감독과의 재계약을 차일피일 미뤘고, 기다리다 지친 황 감독 역시 미래를 위해 하차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부임한 김응규 사장이 5개월 만에 물러나고, 지난 7월 신영권 사장이 부임하는 등 큰 변화를 겪은 포항구단 내부 사정도 황 감독의 하차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포항구단은 “쉴 새 없이 지도자 생활을 해온 황 감독이 축구 철학의 업그레이드와 자신을 충전하기 위해 시간을 갖기 위해 하차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팀 사기가 충분히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포항구단이 중요한 시점을 앞두고 부랴부랴 발표했다는 점에서 구단 수뇌부가 감독 선임 문제를 소홀히 하면서 스타 감독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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