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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의원의 기립

등록일 2015-10-29 02:01 게재일 2015-10-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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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br /><br />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지난 27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박 대통령이 30여분의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여야의 분위기는 크게 엇갈렸다. 여당 의원들이 기립해 열렬한 박수로 시정연설에 화답한 것과 달리 야당 측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대통령 퇴장 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를 비롯해 일부 의원만 일어나 기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날 대통령은 국회 입장때부터 여당과 야당의 극명히 대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입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립한 채 박수와 악수로 박 대통령을 맞았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기립은 일부 했으나, 박수를 치지 않고 노트북에는 `민생우선` `국정화반대`라는 팻말도 붙이고 시종일관 연설에 무관심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퇴장까지 했다고 한다. 또 정의당 의원들은 국회 밖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하며 시정연설 자리에는 불참했다.

의회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주요 서방국가의 경우 대통령의 의회연설에서 국회의원들은 국가수반에 대한 예의로 입장과 퇴장시 반드시 기립해 박수를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여당을 가리지 않고 국가수반에 대한 기본 예의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TV로 보면 의원들의 입퇴장시 기립은 물론 연설 중간중간에도 기립 박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영어 연설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또박또박한 영어발음으로 시종 차분하게 연설을 소화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연설을 전후해 기립박수 6차례를 비롯해 모두 40차례의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은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민의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기본 예의를 지키는 것을 민주주의의 기본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국민의 뜻에 반하여 비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가수반에 대해서는 의회저항이나 국민저항에 의해 이러한 예의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 그것은 정의라는 관점에서 이해가 될 수 있다.

그제 박 대통령 퇴장시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야당 조경태 의원의 기립이다. 조 의원은 매년 대통령 입장, 퇴장시 당의 눈치를 안보고 소신껏 기립하는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조 의원은 이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싸울 땐 싸우더라도 예의를 갖출 땐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일어났다”며 입장을 밝히고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여야가 소아병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보다 성숙한 정치문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조 의원의 이러한 소신 있는 행동과 발언은 서로간의 의견차이나 정쟁에도 불구하고 국가 운영의 기본 프로토콜(Protocol·원칙)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박수를 치고 싶다.

이날 박 대통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들어간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나부터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 했고 이 모습이 전국에 방영됐다. 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야권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국정화 대치 정국은 장기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정쟁은 있을수 있는 일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는 좀더 토의와 합의 그리고 설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쟁점에도 불구하고 국가운영, 국가수반에 대한 기본 프로토콜과 예의가 지켜져야 한다.

지금 여당도 야당이 됐을 때 지금과 같은 야당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과거에 여당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조경태 의원의 모습이 멋있고 의연하게 보이는 건 아마도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조 의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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