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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과 비효율성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0-28 02:01 게재일 2015-10-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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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230개의 섬으로 이뤄진 도시다. 1차아편전쟁에서 패한 청나라는 1841년 홍콩을 영국에 넘겨주었고, 2차아편전쟁에서 이긴 영국은 인근 구룡섬 등 몇개의 섬을 더 차지했다. 이때부터 홍콩은 영국의 주요 무역항이 됐고, 극동지역의 경제적 군사적 거점이 됐다. 1941년 태평양전쟁때 일본이 접수했으나 패전후 다시 영국 소유가 됐다.

중국이 청나라를 끝으로 황제체제에서 공화체제로 전환되다가 모택동의 혁명에 의해 사회주의체제를 굳혔던 1984년 중국과 영국은“1997년 홍콩을 중국에 이전한다”는 조약에 서명하고 그 해 7월 1일 자정을 기해 홍콩은 중국땅이 됐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살던 홍콩사람들은“통제 심한 사회주의 밑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채택한다. 나라는 한 나라지만, 홍콩은 기존의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홍콩은 홍콩사람이 다스린다”란 원칙을 정했다. 그래서 홍콩은 지금도 `중국땅에 영국제도`를 가진 도시고 중국 젊은이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이상향이 됐다.

중국과 영국은 이같은`묘한 역사`를 가진 묘한 관계다.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54조 규모의 봇따리를 들고 영국을 찾았는데, 이것은 과거의 치욕을 돈으로 갚는 일이 되었고 남중국해 해상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각축을 벌이는 와중에 우군(友軍)을 얻어보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시 주석은 의사당에서 연설을 했는데, 의례적인 박수도 없었고, 연설 끝난 후의 관행적인 기립박수마저 없었다. 과거 승전국의 자존심을 버리고,`돈에 팔린 아첨외교`나 한다는 비아냥을 들은 후라`경제적으로는 아쉽지만, 정치적 자존심은 있다`는 시위였다.

그러나 시 주석의 연설 마지막 구절은 의미심장하다. “영원히 강한 나라도,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강하게 만들면 강국, 약하게 만들면 약체국이 된다” 중국의 강한 통제와 효율성, 영국의 느슨한 법과 비효율성을 비교하며`늙고 병든 영국`을 조롱하는 말이 아닌가.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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