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청나라를 끝으로 황제체제에서 공화체제로 전환되다가 모택동의 혁명에 의해 사회주의체제를 굳혔던 1984년 중국과 영국은“1997년 홍콩을 중국에 이전한다”는 조약에 서명하고 그 해 7월 1일 자정을 기해 홍콩은 중국땅이 됐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살던 홍콩사람들은“통제 심한 사회주의 밑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채택한다. 나라는 한 나라지만, 홍콩은 기존의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홍콩은 홍콩사람이 다스린다”란 원칙을 정했다. 그래서 홍콩은 지금도 `중국땅에 영국제도`를 가진 도시고 중국 젊은이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이상향이 됐다.
중국과 영국은 이같은`묘한 역사`를 가진 묘한 관계다.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54조 규모의 봇따리를 들고 영국을 찾았는데, 이것은 과거의 치욕을 돈으로 갚는 일이 되었고 남중국해 해상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각축을 벌이는 와중에 우군(友軍)을 얻어보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시 주석은 의사당에서 연설을 했는데, 의례적인 박수도 없었고, 연설 끝난 후의 관행적인 기립박수마저 없었다. 과거 승전국의 자존심을 버리고,`돈에 팔린 아첨외교`나 한다는 비아냥을 들은 후라`경제적으로는 아쉽지만, 정치적 자존심은 있다`는 시위였다.
그러나 시 주석의 연설 마지막 구절은 의미심장하다. “영원히 강한 나라도,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강하게 만들면 강국, 약하게 만들면 약체국이 된다” 중국의 강한 통제와 효율성, 영국의 느슨한 법과 비효율성을 비교하며`늙고 병든 영국`을 조롱하는 말이 아닌가.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