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와 함께 1997년 망명한 김덕홍씨가 최근 회고록을 펴냈다. 책에서 그는 “김일성은 늘 `우리는 핵무기를 개발할 의사도 없고 능력도 없다`며 연막을 쳤지만 사실상 1955년에 원자 및 핵물리학 연구소를 설립, 핵개발에 착수했다”면서 김정일은 1987년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핵탄두를 탑재할 인공위성 개발을 명령했다고 증언했다. “위성만 개발하면 무서울 것이 없다. 미국놈들도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죽기 살기로 해야할 일이다”라고 했다는 것.
김일성이 “난장이 똥자루….”운운했던 `시장경제와 수정주의` 도입은 현재 북한의 불가피한 선택이 되었다. `경제와 핵위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자면 `등소평 노선`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중국 단동(丹東)에 북·중 호시(互市)를 열었다. 북한 상인들이 국경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관세 없는 자유무역을 시작했다는 것은 `장마당의 번성`과 함께 북한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북한이 시장에 내다 팔 물건이란 것이 생활필수품이나 미술품·공예품이 고작이지만 “얼음은 일단 녹기 시작하면 금방 다 녹는다”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 개혁 개방이란 처음 결단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시장경제 도입으로 재미 본 선배들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국감에서 “10월 현재 한국에 귀순한 북한 외교관 등이 20명이고, 상당한 엘리트도 있다”고 했다. `지도자 생활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면 `핵위성의 짐`을 내려놓으면 될 것인데 그것을 깨닫기까지는 아직 좀 더 시간이 가야할 모양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