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돈과 정의와 진실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0-16 02:01 게재일 2015-10-16 19면
스크랩버튼
UN의 모든 기구들은 회원국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된다. 유네스코 운영비도 미국이 3천여억 달러로 전체의 4분의 1을 내고, 일본이 그 절반 정도, 중국은 여섯 번째이고, 한국은 13위로 2천790여 억 달러를 낸다. 우리나라는 1950년 6월 14일에 처음 유네스코 회원국이 됐지만, 열흘 뒤 6·25가 터졌다. 그러나 우리는 혜택을 입었다. 유네스코 본부건물 1층 로비에는 `초등학교 4학년 자연교과서` 한 권이 전시돼 있는데, “유네스코가 인쇄기계와 용지를 지원해주어 3천권을 찍을 수 있었다”란 설명이 붙어 있다.

미국은 4년째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어서 총회에서의 투표권도 잃고, 아무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이빨 빠진 호랑이`란 소리를 듣는다. 2011년 10월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 회원국이 되면서 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내법에 “미국에 적대하는 국가가 가입된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은 금지된다”란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계와 언론계를 쥐락펴락하는 세력이 유대인이라 그런 법률이 만들어진 것이고, 그 때문에 유네스코는 지금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져 구조조정을 하는 중이다.

중국이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기록유산에 등재하자, 치부가 노출된 일본이 “유네스코 분담금 지급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협박한다. 비판은 국내 언론에서 먼저 터져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책임 있는 정치가의 언동이 아니다. 졸렬하고, 난폭한 처사다” 마이니치는 “도를 넘었다. 반론방식에도 절도가 필요하다”고 했고, 한 교수도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지위가 손상됐다. 치졸하고 품위를 잃었다”란 칼럼을 신문에 기고했다.

일본의 치졸한 태도에 중국은 오히려 쾌재를 올린다. 묵직한 돈봇따리를 끼고 G2국이 된 중국은 UN에 영향력을 더 많이 행사할 기회를 잡게 됐다. 그리고 한국 등 신흥 `BRICKs` 국가들이 분담금을 올려 낼 기세다. `반성과 사죄를 모르는 일본인의 잔인성`에 많은 나라들이 격분하면서, “돈으로 정의와 진실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