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라는 나라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말썽을 자주 일으키는 나라도 아니고,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기생하는 분쟁국가도 아니고, 해적이 날뛰거나 내란이 벌어지는 국가도 아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아가는 국가다. 동쪽에 러시아, 서쪽에 폴란드, 남쪽에 우크라이나가 있고, 폴란드, 러시아, 독일의 지배를 거쳐 소련의 속국이 됐다가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됐다.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흰 피부를 가졌고, 흰 옷을 즐겨 입고 가옥의 벽도 하얗게 칠하는 족속이라 해서 `백러시아`라 불린다.
이 나라의 67세 된 할머니 기자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소설가가 아닌 언론인인 알렉시예비치인데, 소설을 쓴 것이 아니고, 전쟁에 내몰린 여성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정리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상을 받았다. 논픽션 다큐멘터리가 문학 취급을 받은 것이다. 영국 수상 처칠이 쓴 역사서 `제2차세계대전`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과 닮았다. 문장이 너무나 문학적이란 이유였다.
`전쟁은 여자의… `는 여성 전쟁영웅을 만들지 않고, 다만 전쟁을 겪은 여자들의 고통과 고뇌만을 기록했다는 `결함` 때문에 출판사들은 “검열에 걸릴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고, 탈고 후 2년이나 묵혀 있다가 1983년 간신히 출간됐는데, 소련 연방이 해체돼 많은 주변국들이 독립하면서 이 다큐멘터리는 200만부 이상 팔리는 이변을 낳았다. 그녀는 러시아 통치하에 있을 때 체제비판적 책을 써서 재판을 받기도 했지만, 자유진영으로부터는 평화상 등 몇가지 상을 받았다. 한림원은 늘 저항적·비판적 작가를 주목한다.
`상상력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상황`도 문학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처칠 이후 다시 보여준 사례가 됐다. `위안부`나 `강제징용` 같은 소재도 노벨문학상의 대상이 될 수 있겠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