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우리 한글에 대한 자부심

등록일 2015-10-08 02:01 게재일 2015-10-08 19면
스크랩버튼
프랑스 격언에 “딸 시집보낼때 혼수는 못해주어도 문법만은 잘 가르쳐 보내라” 했다. 자국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다. 이것이 프랑스가 `세계문화의 수도`가 된 힘이다. 우리도 문화융성을 중요 국가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 첫출발은 `우리언어에 대한 자부심` 회복이 돼야 한다. 나라마다 `상징물·대표브랜드`가 있다. 프랑스의 에펠탑, 독일의 맥주, 일본의 사시미 등인데,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은 `한글`이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3천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은?”이란 질문에 60.8%가 `한글`을 꼽았다.

1997년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미국 매릴랜드대학의 언어학자 로버트 램지 교수는 “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없다.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알파벳”이라 극찬했다. 과거 한때 스페인어를 개조한 에스파냐어를 세계공통언어로 하자는 운동이 일어났었으나, 영어권이 외면해 무산됐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어서 세계공통언어가 될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력이 `세계의 중심언어`가 되도록 받쳐주지 못한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도 있다. 한글을 배우는 나라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이다. 태국의 경우,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가 2010년 34곳이었으나, 올해에는 100곳으로 늘었다.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도 1997년 2개국 4천629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64개국 33만5천4백여명으로 급증했고,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FTA체결로 우리 경제영토가 빠른 속도로 넓어지기 때문이다. 역시 국력의 척도는 경제력이다. `경제-한류-한글`은 삼위일체로 움직인다. 시너지효과를 주고받으며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올해는 훈민정음이 반포된지 569년째 되는 연도다. 한글날을 맞을때 마다 `반성의 소리`가 봇물을 이룬다. 그러다가 며칠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반성만 하는` 한글날이 돼버린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탄식하실”정도로 한글이 오염됐다는 것인데, 줄임말 난무, 외래어 남발, 간판의 사대주의, 비속어 과용 등등이 지적되지만, 개선된 것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일본식 한자 용어를 순수 한글로 고치는 노력을 보이고 있고, 행정용어에서 왜색을 지우자는 목소리도 높지만, 그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제주항공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한글주간`에 기내 방송을 순수 한글로 하고 있다. “날틀이 날아오를때와 땅에 닿을 때 꼭 손전화를 꺼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식이다.

비행기는 날틀, 여행은 나들이, 슛케이스는 손짐, 선반은 시렁 등으로 바꾸어 방송하고, 장거리 비행에서는 `우리말 알아맞히기` 퀴즈행사도 연다. 매우 신선한 발상이다. 어떤 방식이든 우리말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행사를 많이 만들어야 하겠다.

김진국의 ‘정치 풍향계’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