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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유기견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0-06 02:01 게재일 2015-10-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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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엄마가 못 생겼다고 외면하지 않고, 개는 주인이 가난하다고 무시하지 않는다” 노자의 말이다. `아기와 개는 본성을 따르기 때문`이다. 본성(本性)이란 `자연으로부터 받은 성품 그 자체`를 말한다. 편견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말하면서 노자는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道)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고 했다. 미국의 한 방송작가는 “대체로, 개는 사람보다 훨씬 품성이 좋다”고 했다.

지난 4월 일본에서 치료견 `치로리`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300여명의 추모객이 고견(故犬)을 애도했다. 치로리는 어느 비오는 날 강아지들과 함께 버려졌다. 주인에게 몽둥이로 얻어맞아 한쪽 다리를 절고, 막대기만 보면 온몸을 떠는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에 걸려 있었다. 유기견보호소에서 안락사시키려는 순간 새 주인이 나타났고, 환자의 벗이 돼주는 치료견 훈련을 받게 됐다. `실눈을 뜨고 입꼬리를 치켜올리며`웃는 그 모습에 환자들은 하나같이 미소를 지었다. 웃음보다 좋은 보약은 없는데, 치로리는 그 `웃음보약`을 주었다. 애견의 발에 흙이 묻을까봐 줄곧 안고 다니고, 며칠 출타할 때 개를 맡기는`애견호텔`도 있다. 3천400만원짜리`개저택`도 있는데 TV, 에어콘, 스파, 러닝머신까지 갖추었다. 지난 8월 중국의 한 도시에서는 성대한 `반려견 장례행렬`이 시가지를 지나갔다.

최고급 아우디 승용차 위에 `개 영정사진`을 달고, 모차르트가 죽기 직전에 작곡한 장송곡을 울리며 장지를 향해 갔으며, 추모객들의 승용차가 길게 뒤를 따랐다. 치료견이 죽자 장례비로 1천200만원을 쓴 환자도 있었다.

대구시수의사회는 유기견 50마리를 모아 독거노인 반려·치료견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버려진 개들을 안락사시키는 대신 치료·반려견으로 훈련시켜 독거노인들의 벗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유기견 사료값과 치료비로 연간 드는 비용 100만원은 수의사회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하고, 유기견 건강관리와 훈련은 회원들이 재능기부하기로 했다. 시민들이 성원하고 협력할 가치가 충분한 일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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