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강의료와 `뇌물`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0-05 02:01 게재일 2015-10-05 19면
스크랩버튼
뇌물을 주는 방법은 지능적이다. 추적이 가능한 수표를 뇌물로 받는 사람은 없다. 일본 기업인들은 공무원들과`마작판`을 벌여 돈을 잃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연회 강사로 초빙해서 강의료·원고료·거마비 명목으로 뇌물을 제공하는 방법을 잘 쓴다. 그것은 합법적이어서 사법처리를 당할 염려가 없다.

새누리당 정수성(경북 경주)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원전 관련 기관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강사료를 받고, 한수원 용역을 받는 하청업체로부터 수월찮은 강사료를 챙긴 임직원이 많았다.

한수원에도 `윤리행동 강령 및 외부강의 지침`이란 것이 있는데, 임원은 시간당 30만원, 2급 이상은 23만원, 3급이하는 12만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이것은 `벽에 붙여놓은 장식품`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60만원에서 90만원까지 받았다.

이것이 `원피아`의 온상이다. `강사료 뇌물`로 맺어진 유착관계 때문에 위조·변조된 서류가 횡행하고, 비리에 눈을 감는다. 지난 5년간 징계를 받은 한수원 임직원만 90명이고, 금액도 31억여원이었다. 이러니 원자력발전소나 방폐장 건설 등이 심각한 반대에 부딪힌다. 비리는 신뢰를 허물어뜨리는 병균이다.

공무원이 외부 강의를 할때 받을 수 있는 강의료에도 기준이 있다. 장관은 시간당 40만원, 차관급은 30만원, 4급이상은 23만원이다. 그러나 4급 서기관 A씨는 강의료에 원고료까지 받고 여기에 거마비 5만원을 보태 185만원을 받았다. 이러니 월급은 `껌값`이고, 한 해에 61차례의 외부강의를 나가서 수억원의 강사료를 챙긴 고위공무원도 적지 않다. 강의를 들어서 전문지식과 교양을 쌓자는 강연회가 아니라 `뇌물`로 `검은고리`를 맺기 위함이다.

국민권익위가 뇌물성 강의료에 제동을 걸고 나서고, 인사혁신처는 부적격 공무원을 퇴출시킬 방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법과 제도`가 없어서 비리가 자란 것은 아니다. 만들어놓은 장치를 제대로 실천을 하지 않아서 비리가 비대해진 것이다. 부디 이번만은 엄포가 아니기를 바란다.

/서동훈(칼럼니스트)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