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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위한 열린 담론이 확대돼야 한다

등록일 2015-10-05 02:01 게재일 2015-10-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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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민족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수많은 통일 논의가 있었다. 모두가 넓은 의미의 통일 담론이다. 여기에는 통일의 당위성과 통일 환경 조성, 통일의 정책과 비전이 포함된다. 이러한 통일 담론에는 거대 담론도 있고 미세 담론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통일 담론은 국민들에게 통일에 관한 희망을 제공하지만 그것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걸림 장치가 열린 담론의 장이다.

분단이후 제기된 수많은 통일 담론 중 민족 통일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담론도 있었다. 소위 폐쇄적인 닫힌 담론이 그것이다. 분단이후 폐쇄적 담론은 지나치게 좌우에 치우친 담론 구조에 의해 사회적 갈등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극좌적인 이른바 민족 해방적 통일 담론이나 극우적인 멸공 통일론도 통일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처럼 통일 담론이 실용성을 떠나 이념에 종속될 때 담론 주체간의 상호 비난과 저주의 대상이 된다. 극단적 양극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통일 담론은 논쟁과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오히려 좌우 양극의 통일 담론은 상호 불신과 대립만 야기할 뿐이다.

탈 이념시대에 한반도에서 아직도 이러한 폐쇄적 담론이 횡행하는 것은 어찌된 연유일까. 무엇보다도 분단이후 6·25 전쟁은 민족 상호 적대감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더욱 증폭시켰다. 외세 개입에 의한 동족간의 3년 전쟁은 그 이후 합리적 통일 담론보다는 적대적 감정적 통일 담론이 지배하게 하였다. 이 점이 전쟁을 겪지 않은 독일과 한반도가 특별히 다른 지점이다. 우리는 아직도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북쪽 역시 미국을 향한 제국주의 타도와 남조선 해방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자유 민주 사회를 표방하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이데올로기적 트라우마에 종속된 결과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 땅의 정치지도자들은 아직도 선거 때 마다 이를 이용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칼 포퍼가 말하는 `개방사회의 적`은 남북 도처에 깔려 있는 셈이다.

이제 부터라도 우리에게는 폐쇄적인 통일 담론을 정화하기 위한 열린 담론을 활발히 전개하여야 한다. 일반 시민들의 중간층의 눈 높이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열린 통일 담론이 절실히 필요하다. 합리적인 열린 통일담론은 거창한 담론이 아닌 통일에 관한 관심부터 제고할 수 있는 정직한 소박한 담론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그러한 합리적인 통일 담론은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과 의지로 승화될 수도 있다. 통일에 관한 거대 담론보다 생활담론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열린 통일 담론, 실용적인 통일 담론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우선 특정 좌우 이데올로기에 편향된 통일 담론 구조부터 해체하여야 한다. 우리의 분단 상황에서 특히 아직도 이념이 지배하고 선행하는 사회에서 결코 쉬운 과업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좌우에 종속된 담론구조 부터 혁파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땅의 보수적 관변적 통일 담론구조를 개조하여 생산적 담론 구조로 재생산하여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 잠복하여 가끔 준동하는 극좌적인 소아병적인 통일 담론구조도 과감히 해체하여야 한다. 정부의 통일 정책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추종하는 담론구조를 개혁하고 아직도 진보의 너울을 둘러쓰고 민족 해방, 계급 해방이라는 극좌의 오류를 비판하여야 한다. 우리는 양극적인 통일 담론을 열린 통일 담론 공간에서 해부하고 비판하여 그 처방전 까지 마련하여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토대 위에서 중도적인(moderate) 통일담론을 확대하여야 한다. 최소한 양극의 주장이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열린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담론 구조의 핵심이다. 이 열린 공간이 실용적 실천적 통일 담론이 될 때 통일의 길은 더욱 가까워 질 것이다. 여기에는 통일 문제를 자신의 입신이나 보신의 무기로 이용하는 지식인들의 허위의식부터 자성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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