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 안에 있는 이 시설은 미국 제너럴아트믹사 제품으로 본래는 열출력 100KW짜리였으나 우리 연구진이 250KW로 개선시켰다. 이 1호기는 95년까지 33년 간 국내 원자력 연구의 모태(母胎) 였는데, 그 해 우리 자체 기술로 만든 연구로(하나로)가 완성되면서 `임무교대`를 했다.
이 원자로1호기도 당시 `철거위기`에 몰렸었다. `쓸모 없는 늙은이 고려장` 감이었다. 그러나 `머리 있는` 과학계 원로 50여명이 “원자로 1호기는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과기부와 산업자원부, 그리고 소유주인 한국전력을 설득했다. “한국 원전의 조상(祖上)을 없애는 것은 역사적 유물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란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방사능에 오염된 내부를 교체한 후 내년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문화유산 하나가 더 생긴 것.
철로와 역사(驛舍)들이 많이 `퇴역`하고 있다. 대구선 열차가 중단되면서 `아양철교`도 퇴물이 됐다. 아양철교는 1917년에 건설돼 2008년 폐선되기까지 90여년간 일을 했다. 2010년부터 동구청은 리모델링작업을 시작해 지난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재탄생시켰다. 전망대, 디지털박물관, 명상원, 휴게공간 등이 철교위에 새로 생긴 것이다. 백명진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설계를 맡았고, (주)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사업비 53억원을 들여 완공한 후 동구청에 기부채납했다. 백교수는 올해 1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디자인대회에 이 `아양 기찻길`을 `모범적 폐철교 재활용 사례`로 출품했다.
101년의 찬연한 역사를 가진 구 포항역이 축소돼 `역사유적`이 아닌 `기념관`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문화재의 기본조건은 `그 자리에` `원형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다. `모형`은 문화재가 아니다. 아, 옛 포항역의 가련함이여!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