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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과 사기(士氣)

등록일 2015-09-24 02:01 게재일 2015-09-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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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올해 포-카 전이 막을 내렸다

포-카전은 포스텍과 카이스트의 학생들이 대결하는 학생들의 대축전이다.

한국에는 사학의 명문 연세대와 고려대가 매년 벌이는 연고전(고연전)이 있다. 연고전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두 대학의 친선과 발전을 가져왔고, 이를 관전하는 국민들에게도 멋진 낭만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에 상응하는 대학 라이벌전이 또 하나 있다.

한국 과학기술 교육과 연구의 쌍두마차인 포스텍과 카이스트의 포카전(카포전)이 그것이다.

`사이언스 워(Science War)`란 별칭으로 유명한 포카전은 2002년 시작돼 올해 13회째(2009년 행사 유행성 독감으로 취소)를 맞이하고 있다.

매년 두 대학이 장소를 번갈아 가면서 벌이고 있고 올해엔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렸고, 종목은 컴퓨터 해킹을 비롯해 과학퀴즈, 인공지능 프로그래밍대회, 컴퓨터 게임(LOL), 야구, 농구, 축구 등 모두 7개 종목에서 대결을 펼쳤다.

7개 종목 중 4개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학이 종합우승을 하게 되는데 올해도 포스텍은 카이스트에게 패했다.

포스텍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우승후 4년 연속 패배를 하게 됐는데, 아마도 포스텍의 재학생, 교직원, 졸업생들 뿐만 아니라 포스텍을 아끼는 지역민들에게도 안타까운 소식일 수 있다.

문제는 왜 포스텍이 4연승 후 4연패를 해야 하는지 구성원들도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물론 경기나 게임은 언제든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을 것이지만 연승후 연패는 어떤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카이스트에 비해 포스텍의 학생수는 반도 안되기에 학생수 열세를 첫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포스텍이 4연승을 하던 때도 마찬가지였다.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생산성과 사기는 항상 같이 간다는 점에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들어 하락하고 있는 포스텍의 대학 랭킹과도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러한 증거는 학생들과의 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그 유명한 피그말리온효과(pygmalion effect)와 로젠탈효과(Rosenthal Effect)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타인이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에게 기대를 걸어주면, 그것이 암시적 효과를 발휘하여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피그말리온효과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하여,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그 여인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의 사랑에 감동해 여인상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이야기다. 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인 로젠탈 박사가 교사가 학생에게 거는 기대가 실제로 학생의 성적 향상에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입증한 로젠탈효과와 괘를 같이 하고 있다.

최근 APGC(지역 대학의 출신들이 만든 회사모임), APF(대학과 지역의 연합) 등 대학이 지역과 결합해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여러가지 움직임이 있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임의 성패는 지역에 대한 강한 애착과 자부심에 기초한 높은 사기가 기반이 돼야 한다.

지역출신들이 벤처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의 활동무대를 또는 이익의 환원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것은 지역에 대한 애정과 그를 바탕으로 하는 사기가 충천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한 마인드와 사기는 재학 시절 길러져야 한다.

이와 아울러 포항과 경북의 향후 발전도 생산성-사기 라는 함수관계를 명확히 이해 할 때 가능할 것이다.

자주 드는 예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실리콘 밸리는 그 지역 대학 졸업생들의 지역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사기가 생산성을 높인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발전을 위한 계획과 청사진에는 구성원들의 사기가 항상 전제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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