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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공기업의 돈잔치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09-22 02:01 게재일 2015-09-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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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왕조시대에도 흉년이 들면 임금도 고통분담을 했다. 반찬 가지수를 줄여 소박한 수라상을 받았고, 가뭄이 심하면, “왕이 부덕한 소치”라며 곤룡포를 벗고 상복(喪服)을 입었다.

상복이란 죄수복이었다. 삼베로 지은 험한 옷을 입고 하늘을 가릴 삿갓을 쓰고 외출했다. 태종 이방원이 비를 기다리며 대궐 뜰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침내 빗방울이 떨어졌다. 내시들이 급히 우산을 씌우려 하자 왕은 “우산 걷어라. 곤룡포에 떨어지는 빗방울 자욱보다 더 아름다운 무늬가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업난으로 신음하는 청년들과 고통을 나눈다. 7가지를 포기한 `7포 청년`을 도울`청년희망펀드`를 만들고, 2천만원을 낸 후 매월 월급의 20%를 기부한다. 총리, 장관, 공공기관장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이 기부 분위기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인데, `대기업 명의로 된 고액 기부금`은 사양하기로 했다. 다만 `기업인 개인 명의의 돈`은 받는데,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 개인명의로 20억원을 약정했다. `기부금의 액수`보다 전 국민이 관심 있게 동참하는 `십시일반의 정신`이 더 중요하다.

이 기부문화 확산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기업을 적자로 경영하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임·직원들과 귀족노조원들이다. 회사는 빚더미에 올라앉았는데, 경영층은 억대 연봉을 받는 공기업이 70%나 됐고, 그 중에 `김대중컨벤션센터`도 포함됐다. 직원의 평균연봉이 6천만원 안팎이 되는 지방공기업 중에 대구도시공사(6천548만원)과 대구도시철도공사(5천582만원)도 들어갔다. 그리고 울산지역 귀족노조들의 임금은 매년 임단협과 파업을 통해 계속 오르다가 지금은 생산성을 훨씬 앞질렀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누구보다 먼저 청년 일자리 펀드에 기부해야 한다. 나라경제야 어떻게 되든 나 하나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이 망국적 사고방식을 확 뜯어고치는 일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국민혈세 도둑·국가경제 훼손자`란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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