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에 음서를 뽑고, 20세 이상이 대상이며, 종실이나 공신 중 5품 이상 관리의 아들·손자·사위·동생 중 단 1명만 음서 대상이며, 음서로 등용된 자의 임명장에는 반드시 蔭(그늘 음)자를 써서 그 표시가 평생 따라다녔으며, 음서로 등용된 자는 당상관 이상 올라갈 수 없고, 홍문관·예문관·사헌부·사간원 등 청요직에는 갈 수 없다”는 내용이다.
생원과와 진사과에 급제해 성균관에 들어갔으나, 대과(大科)에 자꾸 낙방한 자들이 주로 음서를 선택했는데, 양반의 자식들 중에도 `글읽기를 몹시 싫어한 자`들은 애당초 음서로 출사(出仕)해서 하는 일 없이 왔다갔다하면서 월급을 받았다. 음서 중에는 “인사기록카드에 蔭자가 붙어 다니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며 계속 과거를 봐서 결국 그 음자를 뗀 사람도 더러 있었다. 이 제도도 조선 초기에는 경국대전의 규정대로 잘 지켜졌으나 후기에 오면서 각종 부정부패가 들끓는 와중에 음서제도 또한 탁류에 휩쓸렸고, 장사해서 돈 번 부자들이 실권자들에게 돈을 주고 벼슬을 사거나 천민신분을 벗었다.
2013년 국감때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179개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내용을 분석했는데, 그 중 33개 기관이 고용세습을 허용했으며, 그 중 19곳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뿐 아니라 자살·정년퇴직자의 가족도 `우선채용`의 대상이 되도록 했다. 그때 `현대판 음서`라며 많이 시끄러웠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의 국감에서도 같은 소리가 난다.
`힘센자`의 자식들은 좋은 자리에 `전화 한 통`으로 들어가고, 인사기록카드에 蔭자가 붙지도 않는다. 조선이 망할 무렵의 인사난맥상이 오늘날에도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