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의 계절은 다가왔다.
매년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국정감사는 국회가 상임위를 중심으로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에 대해 벌이는 감사 활동을 말한다.
국정 감사를 받는 기관은 국가 기관, 지방 자치 단체, 정부 투자 기관 등이다.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관련 공무원, 관계인, 증인 등을 부를 수 있다.
국정감사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지금 한국 국회의 국정감사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의 모습이다.
정부는 국감 기간 동안 셧다운(shutdown) 된 상태가 되는데 장관들과 기업인들을 불러다가 호통을 치고 때론 의원들끼리 서로 막말을 하면서 자기 존재를 과시하려는 의원들의 모습은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혀를 차게 만들고 있다. 걸핏하면 장관더러 물러나라고 호통을 치고 듣기 민망할 정도로 인격을 모독하며 몰아붙이기도 한다.
올해 국정감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의원이 “국감에서 의원들이 기관장에게 질문해놓고 답변할 기회를 안주고 윽박지르거나 인격모독적·인격살인적인 공격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국가도 아니고 너무 창피해서 같이 앉아 있기 힘들다”고 발언 했다고 한다.
어떤 의원은 경찰청장에게 총기 사용법 시연을 요구 하기도 했다. 그 의원은 준비해온 모형 권총을 경찰청장에게 건네면서 “권총을 주머니에 넣었다 꺼내 조준한 뒤 격발해 보라”고 했다고 한다. 모형 권총을 받아든 청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시연이 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코미디 같은 장면이었다.
의원이 총기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발 방지책을 따지는 것은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온 국민이 지켜보는 국감장에서 경찰청장을 일으켜 세워 총기 사용 시범을 보이라고 하는 것은 인격적인 망신을 주자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피감 기관들은 국정감사 동안만 잘 넘기면 된다는 안일주의가 팽배하고 호통을 치는 의원들 앞에서 머리 숙인 척하다가 나오면서 의원들을 비웃는 사실상 효율도 없는 국정감사로 변질되고 있다.
해외 대사관에도 의원들이 매년 국정감사를 하기 위해 방문하면, 국정감사 동안 대사관은 발칵 뒤집히고 이들을 접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대사관 업무가 마비된다고 한다.
미국에는 국감제도가 없지만 청문회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우리 국회가 배울 필요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정책과 운영방안, 업무효율과 낭비 등 정책적인 질문을 통해 감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처럼 개인적인 신상문제나 인격살인적인 질문은 아예 하지 않는다.
미국처럼 차라리 국감 제도를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은 그대신 의회에 1년 내내 국감을 대행해주는 의회 직속기관인 GAO(회계감사원)을 가지고 있다. 미 대통령에게 연방수사국 FBI가 있다면 의회에는 GAO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GAO 직원들은 전문성이 대단히 높아 이들을 `의회를 지키는 감시자`로 정부를 감시하며 국민들의 혈세가 허술하게 쓰였는지, 부패가 없는지 파헤친다.
GAO는 어느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니라 중립을 지키는 조사기관으로 오직 의회만을 위해 존재한다. 미 의회는 GAO의 보고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한국 국회도 매년 형식적인 호통만 치는 국감으로 의원들끼리 고성을 지르지 말고 이러한 정부 감시 상설기관을 두고 정부를 감시하면 더 효율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상 국감은 국회의원들의 과시를 위한 존재감 알리기의 `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가 `정치쇼`가 아니라 진정 국민의 혈세 낭비를 막고 효율적인 정부기관의 운영을 위해 기관을 감시하는 존경 받는 그런 감사가 되는 날은 언제일까? 한국 후진형 정치모습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