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시절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씨가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에 취임하면서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종북 세력을 두더지 잡듯 분쇄하는 일은 중단없이 계속돼야 한다”는 취임사를 한 것이 이번 국감에 걸렸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한국대표로 참석해서 김일성 주석과 감격적인 포옹을 하고, `통일의 꽃`으로 국빈대우를 받았던 임수경 새정련 의원이 그 취임사를 걸고 넘어진 것.
“종북의 개념이 뭡니까. 저도 종북입니까” “문재인 대표는 종북입니까”라고 따지는데,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뱉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 지 알 수 없는 일. 문 대표에 대해서는 “그런분이 아니다”라고 했고, 임 의원에 대해서는 “연구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경륜과 관록이 쌓인 허 회장이라 `가장 무난한 피난길`을 찾은 것. 당시 임 대표는`김일성 선물`인 여우목도리를 호텔방에 그냥 두고 왔고, 첨단 공산품 전시장에서 안내원이 `계산기`를 자랑하자 “이런것 우리집에도 있어요”해서 머쓱하게 만든 일이나, 북한의 어느 대학생이 남한의 학생대회에 무단으로 참석했다가 돌아갔다면 그 당장 총살당할 일이지만, 임씨는 지금 국회의원이 돼 있으니, “역시 한국은 자유국가”란 인식을 북에 심어준 `공로`는 있다.
그런데 새정련 진성준 의원은 국감 자리에서 국가기밀을 마구 폭로했다. `900연구소``다물부대``3·1센터` 등등 존재 자체가 기밀인 정보기관들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입에 올렸다. 지난해 진 의원은 사이버사령부 산하 모 부대를 공개하는 바람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직을 바꿔야 했다. 이번에도 교체 비용을 낭비하게 생겼다. 이런 이적행위조차 국회의원의 특권이라면, 이는 자유과잉 아닌가.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