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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가는 징검다리 놓기

등록일 2015-09-09 02:01 게재일 2015-09-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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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승절 기념행사를 계기로 이뤄진 한중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말이 오갔다.

박 대통령은 “지난 세월 양국이 함께 겪은 환란지교(患亂之交)의 역사가 오늘날 양국 우의의 소중한 토대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양국이 직면한 여러 도전을 해결하는데도 잘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했고, 시 주석은 “한 중 양국은 제국주의의 침략과 강점에 맞서 싸웠다. 두 민족은 목숨 걸고 싸워 해방을 이뤄냈다”고 화답했다.

평화를 사랑하며 전쟁준비를 하지 않았다가 일본제국주의의 공격을 당했던 양국의 만남은 실로 `운명적`이었다.

이와같은 성격의 만남이라면, 그 자리에 북조선이 있어야 한다. 광복 이전까지 한반도는 `한 몸`이었다. 6·25도 없고, 군사분계선도 없었지만, 지금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이고,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사이가 된 이 현실이 `한 중 정상회담` 앞에서 더 가슴 아프고, 국제사회 앞에서 수치스럽기만 하다. 비록 정치체제와 정치이념이 다르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 핏줄`이라는 그 인연의 끈만은 질기고 강렬하다.

`목함지뢰 폭발과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계기로 맺어진 `8·25 합의`는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 구실을 할 수 있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이 추석을 계기로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실무적 접촉이 진행되는데, 이변이 없는 한 이 일은 성사될 것이고, 그 다음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서 궁극적으로 5·24조치를 해제하는 단계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신격화된 최고존엄`이라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사상`과 핵무기가 늘 걸림돌이었다. 체제의 차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관행`을 너무 벗어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개성 만경대` 발굴작업이 지금 진행중이다. 남북의 고고학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최근 `돌계단`을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 유적 발굴사업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어서 한국의 인력과 자금이 동원됐는데, 이것이 바로 문화교류의 한 모습이다. 만경대는 고려의 오랜 도읍지여서 남북이 힘을 모아 발굴 복원할 가치가 충분하다.

최근에는 남북 축구 복원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이 달 중순경 평양에 가게된다. 동아시아 축구연맹 집행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이 자리에서 남북간 `통일축구`가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일제시대인 1929년부터 1946년까지 서울과 평양 간에 `경평축구대회`가 열렸었고, 분단과 6·25를 거치면서 중단됐다.

그 축구대회의 전통을 이어서 `통일축구`란 이름으로 재개하려는 것이다. 남자축구든 여자축구든 북의 축구는 자부심을 가질만 하니, 북측이 호응할 것이 분명하다. 문화와 스포츠에서 징검다리를 놓아가는 일이 마침내 가시화되고 있으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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