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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염북(厭北)·혐북(嫌北)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일 2015-09-07 02:01 게재일 2015-09-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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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

종북(從北)세력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가끔씩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이념과 체제를 맹목적으로 좋아하고 지지하는 세력이라고 간주될 수 있다. 이 나라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남한의 상황을 외세지배로 규정한 주사파의 논리는 87민중항쟁 때까지 진보진영의 아이콘이 된 적도 있다. 이들 중에는 남한사회 변혁의 모델로 북한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였다. 이들을 대표한 NL계의 좌파적 논리와 주장은 이제 설득력 상실과 함께 설자리도 잃어 버렸다.

오늘의 20대 청년 학생들에게 종북(從北)이나 친북(親北)은 의미를 상실하였다. 이들중 상당수가 반공 반북을 넘어 염북(厭北)이나 혐북(嫌北)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 어느 통일 관련 세미나에서 어느 교수는 `혐북`이라는 용어가 자신의 특허임을 주장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염북은 단순히 북한을 단순히 싫어하는데 반해 혐북은 북한 당국의 노선이나 정책을 미워하는 의식으로 한발 나아간 의식이다. `20대에 공산주의자 한번 안 돼 보면 바보이고 60대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으면 그처럼 바보가 없다`라는 프랑스격언이 생각난다. 사회개혁과 진보를 선호하는 우리 20대 젊은이들이 북한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변한 연유는 어디에 있을까. 20대들 청년 학생들의 대북 의식의 변화에는 무엇보다도 가장 폐쇄적인 왕조국가로 전락한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 북한 정권은 민생보다는 미사일과 핵개발에 치중하는 `비정상 국가`라는 것은 세계인들이 다 알고 있다. 아직도 철지난 `사회주의 강성 대국 건설`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미 제국주의 타도`를 외치지만 식량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탈북자가 벌써 2만7천명을 넘어 서고 그들은 텔레비전에 나와 북한의 실상을 연일 폭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목함 지뢰 도발사건만 해도 북한 당국은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책임전가 했다. 오늘의 20대들은 북한체제의 모순을 반북이나 반공 교육을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 체제의 모순을 피부로 느낀 결과이다. 물론 20대의 이러한 대북인식의 변화에는 남한 사회의 산업화와 민주화도 한몫했다. 북한정권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부자 세습체제를 이어 오는 동안 우리는 정당간 정권교체 등 민주화의 토대를 굳건히 마련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비해 우리의 인권도 언론의 자유도 상당히 신장됐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북한을 싫어하다가 몹시 미워하는 사람까지 등장한 것이다. 우리 체제에 대한 불만이 많아 학생들의 연일 격렬하게 시위하던 70~80년대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다. 학생들은 민족의 장래보다는 당장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어진 상황이다. 과거 어느시기 유행했던 대학생들의 데모로 상징되던 스튜던트 파워는 이제 거의 힘을 상실했다.

20대들의 이러한 현상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일단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20대에 번지는 염북과 혐북 의식은 반드시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식이 팽배하고 그 도가 지나칠 때 북한과의 교류와 협상까지 반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현재까지 북한 체제에 실망한 나머지 통일에 대한 반(反) 협상이나 반(反)통일 세력으로 조직화 되지는 않았다.

이처럼 젊은 세대들의 의식이 북한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북한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세력이 되었을 때 이들은 결코 통일의 우군(友軍)이 되기는 힘들다. 벌써 이들 중에는 통일이 되면 우리도 같이 가난해진다는 `동시 거지론`까지 제기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이기주의적 소아병적인 발상이다. 통일에 대한 꿈마저 사라질 때 통일은 결코 성취될 수 없다.

통일이 되면 그 열매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따 먹을 수밖에 없다. 통일 대박론도 통일 코리아의 선진 강국 구상도 유라시아 이니시아티브도 젊은이들에게 득이 됨을 가르쳐야 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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