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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안전은 필수

등록일 2015-08-28 02:01 게재일 2015-08-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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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동<br/>대구북부소방서장<BR/>경산수필회원
▲ 이강동 대구북부소방서장 경산수필회원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한풀 꺾인 느낌이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결이 다르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같다. 휴가철인 8월은 많은 사람이 산과 바다를 찾는다. 교통체증도 무릅쓰고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이유는 무얼까. 세상살이에 지친 심신을 자연에서 위로받기 위해서이다. 올여름에는 다행히 큰 사고 없이 8월이 끝날 것 같다.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도 예전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사고는 늘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찾아오니까.

정지용의 연작시 `바다9`는 여름 바다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면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고 `바다는 뿔뿔이/ 달아나려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라고 표현했다. 푸른 도마뱀 떼처럼 청춘들도 여름이면 바다로 몰려간다. 무쇠도 삼킬 청춘에게 바다는 도전과 모험의 상징이다.

생명의 시원인 바다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을까. 뒤늦게 바다의 낭만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해수욕장을 찾는다. 물놀이하는 사람도 드물고, 안전요원도 철수한 한가한 해수욕장. 늦더위가 찾아온 터라 모래사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아직 여름이다.

용기와 도전은 젊은이의 특권이다. 하지만 지나친 만용은 화를 부른다.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뒤늦게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젊은이들이 있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텐트를 치고 입대를 앞둔 친구의 송별회를 겸한 늦은 휴가였다.

청춘의 낭만을 만끽하던 일행은 누군가의 제안으로 밤바다를 향해 질주했다. 파도가 밀려오는 밤바다는 매혹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바다를 향해 달려가 몸을 담그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추위에 입술이 새파래진 몇몇이 다시 모래사장으로 나왔다. 텐트로 돌아온 일행은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그런데 친구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곧 돌아오겠거니 여겼다. 라면을 다 먹고 밤이 이슥토록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야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은 일행은 밤바다를 향해 친구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 한 시간여를 목 놓아 불렀건만 파도 소리만 되돌아왔다. 뒤늦게 119구조대에 신고를 하고 수색을 했다. 다음날 오후에 친구는 말이 없는 시신으로 돌아왔다.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였다. 갑자기 낮아진 바닷물에 술을 마신 채 뛰어든 것이 화근이었다. 임계점을 넘어선 청춘의 열정은 사선을 넘고 말았다.

물놀이 익사사고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막을 수 있다. 어른들은 음주 후 갑자기 물에 뛰어들었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 수영 실력을 과시하거나 혹은 수영 미숙으로 인한 사고도 있다. 어린이는 함께 간 부모의 무관심 속에 혼자서 물놀이를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수영금지라는 표지판이나 익사사고 위험구역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장소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깊은 소가 수면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때나 몹시 배가 고프거나 식사 후에는 수영하지 말아야 한다. 야외의 강이나 저수지의 물은 표면 온도는 따뜻하나 깊이에 따라 온도가 낮아지므로 신체에 이상이 올 수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위안처이다. 도시생활과 삶에 지친 사람들이 산으로, 바다로 행렬을 이루며 떠난다. 바다나 산은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베풀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악마의 얼굴을 드러낸다. 폭풍우가 치는 바다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가. 자연 앞에서 겸손을 잃고 거만해지는 순간 자연은 인간을 용서하지 않는다. 이성과 과학의 힘으로 자연을 정복했다지만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미물과도 같은 존재일 뿐이다.

대부분의 사고가 `설마`하는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다. 바다나 계곡으로 떠날 때에는 안전수칙을 필수품처럼 챙겨가야 한다. 제대를 앞둔 병사들은 군대 말년을 조심해야 한다는 격언을 가슴에 새긴다. 휴가의 절정기는 지났지만 해수욕장이나 물놀이장이 폐장한 이후에도 안전사고의 위험은 늘 잔존한다. 마지막 남은 여름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보내야 한다. 곧 여름이 끝날 테지만, 물놀이의 안전수칙은 아직도 유효하다. 파도가 연잎처럼 오므라들었다 펼치는 늦여름의 바다에 안전의 비상등을 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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