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시장의 문제점과 물산업 클러스터 역할
인구증가, 도시화, 기후변화 등으로 향후 지구촌 물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지역 간 물공급 불균형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 물산업의 규모가 2025년이면 1천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물산업 선진국들은 앞 다투어 글로벌 물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물산업 시장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중앙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규모나 기술 등 다방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이르려면 가야할 길이 멀고 더욱 공격적인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대구 신성장동력 물산업클러스터` 기획 시리즈 3편에서는 국내 물산업 분야의 전반적인 문제점과 한계를 짚어 보고 그 해결 방편으로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 나가야 하는지 살펴 본다. 세계적 수준 근접한 경험·역량 비해 운영관리 전문성 턱없이 부족
대구시, 19대국회 회기내 특별법통과 위해 관련부처와 긴밀한 협력
친환경에너지 활용 지원시설 건축, 랜드마크 상징물 설치도 강구
□ 국내 물 산업(water industry) 시장의 문제점
우리나라는 기술개발 측면에서 지금껏 상하수도 분야와 해수담수화 분야 등의 시설·설비 투자에 치중해 왔기 때문에 물산업 소재·기자재 및 고도 수처리기술의 핵심 원천기술은 국제 수준에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물산업은 특히 IT, BT, NT 등을 활용한 기술혁신이 요구되는 분야지만 국가적 차원의 종합적인 기술개발 지원책도 미비하다. 핵심 원천기술을 대부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기업이 물산업 해외진출을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국내의 물산업은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어서 기술적, 인적 능력이 부족하고 기술이전이나 기술지원 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Test-Bed) 지원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소재·기자재·제품·설비 등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해 인증해 줄 수 있는 지원시설도 부족하다. 특히 국내 기술력으로 우수한 신제품이 개발되어도 이를 마케팅하고 지원해 주는 서비스 기반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중소 업체가 독자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면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이 매출 1천억원에서 1조원대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기술적인 우위, 타 분야 기술과의 우수한 융합능력, 시장 장악력 등이 확보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물산업 중소기업은 육성 기반이 전반적으로 부족해 기업의 성장 자체가 정체되는 경우가 많다.
생산체계 측면에서는 해외진출 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협력체계가 미약하고 물산업 중소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해외진출을 주도할 전문 앵커기업이 부재해 해외시장 확대가 어렵다.
인력 측면에서도 물산업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힘들고 물산업 분야의 전문교육기관이나 프로그램도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지원체계 면에서는 국내 물기업에 대한 마케팅 지원 서비스나 시장수요에 부합하는 펀드, 벤처캐피탈 등의 금융지원 시스템이 미비해 영세한 물기업은 상시적으로 기업 활동에 애로를 겪고 있다.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해외수주사업의 위험을 분산시키고 기술을 보증하는 지원제도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경영, 법률, 회계, 특허 등 기술·경영 정보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서비스도 아쉽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에게는 해외시장 현황, 현지 관련 법규 등의 필수적인 정보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여러가지 문제점으로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조차도 국제 기술경쟁력이 세계 3, 4위 수준으로서 선두에 있는 글로벌 물기업과는 격차가 있다. 일부 대기업은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경험과 역량 면에서 세계적 수준에 근접해 있지만 운영관리 부분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해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상하수도 운영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공공부문이 주도해 왔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어려워 베올리아나 수에즈 같은 세계적인 수처리 전문기업이 국내에서 성장할 토양이 마련되지 못했다. 대형 다국적 기업의 세계 물시장 지배구조는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이지만 물산업 토털솔루션 서비스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갈 국내 물기업의 성장기반은 아직 취약하다.
2011년 산업연구원이 수행한 국내 물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기업이 가장 많이 애로를 겪은 분야가 운영투자자금 조달(3.4), 연구개발자금(3.3), 생산인력확보(3.2), 시장정보 수집 및 분석(3.1), 연구개발 전문인력 확보(3.1), 연구개발 시험분석장비 확보(3.0), 유통 판로개척(3.0) 등으로 나타나 어느 한 가지 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 활동에 곤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물산업 클러스터 구축 필요성과 역할
우리나라는 국내 물산업 시장의 문제점과 한계를 인식하고 물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해 물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국가 차원의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가 3천137억을 투입해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는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20만평 규모로 조성되며 올해 말 공사가 발주되면 내년 7월 공사에 착공, 2018년 6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물산업 진흥시설(R&D센터,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워터캠퍼스), 실증화 시설(Test-Bed), 물기업 집적단지로 이루어진 물산업 클러스터는 그동안 국내 물기업에게 절실했던 물산업 전주기 원스톱 기업지원 환경을 갖추게 될 것이다.
물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첨단 기술 융합과 지자체, 공기업, 민간기업 등의 다양한 사업주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므로 R&D, 제조, 건설, 운영 등이 긴밀히 연계돼 통합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물산업 클러스터는 시의 적절한 물산업 육성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첨단 기술과 핵심 원천기술 개발이 시급한 시점에서 물산업 클러스터는 R&D, 실증화, 상용화, 해외진출의 단계적 접근 방식을 취함으로써 기업들에게 사업 확장 기회를 제공하려는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 방향과도 부합한다.
대구시는 물기업이 개발한 부품·소재·시스템 등의 우수한 연구 성과와 기술을 인·검증하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물산업 클러스터의 콘트롤타워 기능을 해나갈 물산업진흥원 설치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물산업 클러스터 특별법 제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내의 저명한 물 관련 전문가들이 다수 참가한 가운데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특별법안은 물산업진흥원 설치 외에도 클러스터 입주기업에 대한 R&D, 인력, 자금 등의 우선 지원, 실증화 시설에서 검증·평가돼 성능이 확인된 기술의 우선적용, 제품·장비 우선구매 등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어 물산업 클러스터의 성공 정착과 입주기업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대구시는 특별법이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의 중요한 근간이 되는 점을 감안해 19대 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관련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국회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대구시는 물산업 클러스터가 기존 선진국 물산업 클러스터와 차별화될 수 있도록 내·외형적으로 특화하는 전략도 모색 중이다. 클러스터 내 물산업 지원시설을 친환경에너지(태양광,지열,풍력 등)를 활용해 건축하고 물산업 클러스터의 랜드마크가 될 상징물을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클러스터 단지 내 공업용수 수요처에 테스트베드 재이용 처리수 공급, 재이용수를 활용한 분수·스마트워터팜(물순환 식물공장) 건설, 중수도시설(빗물이용) 도입 등도 고려 중이다. 물산업 클러스터 단지의 메인도로에 친환경 물길을 조성하고 국가산업단지 12개 공원시설에는 다양한 친수공간을 마련하는 계획도 부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물산업 클러스터의 역할은 첨단 기술 융합을 통한 원천기술 및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내 물산업 기업을 전 방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다양한 해외 선진 물산업 클러스터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물산업 육성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기업들의 첨단 기술개발, 상용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체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 물산업 클러스터는 세계 물산업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