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은 독립을 위해서 목숨도 마다않고 내놓았다. 이 한복판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있었다. 실질적인 독립운동을 지휘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어갈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 그러나 해방이 되었을 때 정작 임정은 자격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때 임정요인들은 왜 미군정에 대해 제2의 독립투쟁을 하지 않았을까. 조선총독부에는 온몸으로 저항을 했던 그들이 미군정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너그러웠을까? 또 궁금하다. 전범국인 일본은 천황도, 국토도 그대로 두고 피식민지국가로써 피해당사자인 우리나라는 왜 국왕도 없애고, 국토마저 분단시켰는지. 열강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말은 `남의 탓`에 불과하다. 무장 항일투쟁도 불사했던 임정으로서는 더 강력한 저항을 하여 독립국가로서의 지위를 찾았어야 했다. 당대 지도자들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그러지 못 했다.
해방직후의 이런 정국을 이원수는 그의 동시`돌다리`에서 “비는 개었지만 물이 불어서,/ 건너가는 이마다 옷 적시는 시냇물”에 비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압제자는 갔으나 감시자가 더 많아진 조국의, 자리 잡혀지지 않은 질서 위에 이욕(利慾)에 눈이 시뻘개진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노예근성을 가진 벼락 장군처럼 사방에서 큰 소리를 치고, 또 권세와 재물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나의 문학 나의 청춘`중)라고.
그날의 이욕 때문인지 무능 때문인지 몰라도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오늘날 휴전선에서 지뢰가 터지고, 대북확성기가 울분의 소리를 터뜨리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것이 해방 70주년을 맞아 축하 이벤트에만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김종헌(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