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도사라고 불리는 무속인 김중산은 사주풀이를 통해 유괴된 아이가 살아있음을 확신하고 또 `공길용 형사의 사주여야만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공길용이 유괴 사건을 맡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공개수사를 종용할 때, 소신을 굽히지 않고 공길용의 뒤에서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빙의된 처녀 귀신이야기, `오 나의 귀신님`도 장안의 화제다. 역시 무속적인 소재에서 출발하는 환타지다. 주인공 나봉선은 평소에는 이성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다가 처녀 귀신과 함께라면 낯 뜨거운 돌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늘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봉선. 저렇게 소극적이고 유약하다면 착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고 나쁘게 만드는 죄가 될 것 같다. 무거운 고개를 푹 숙이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걷던 아가씨가 씩씩하고 적극적으로 눈빛부터 달라지는 것을 보면 오히려 신이 난다. 아주 밝고 활기찬 요정이 여리고 착한 주인공의 사랑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면서부터 드라마가 재미있어졌다. 스마트폰 하나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도 손바닥 안에서 확인하는 세상에 이 무슨 역설인가? 종교적으로도 전혀 용납 안 되는 이야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요정이 없다면 마음이 무너질 듯 답답하고 쓸쓸하던 산책길 숲 속의 위로는 누가 들려준 것일까? 꽃잎이나 바람 속에서 느껴지던 따뜻한 목소리와 손길은 또 누구의 것일까?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아이를 자라게 하던 주인공들은 다 누구일까? 오늘 같은 날 여기저기 얼음 요정들이 둥둥 떠다녔으면 좋겠다. 덥고 짜증나는 마음이 시원해졌으면 참 좋겠다. 만만찮은 납량특집이겠다.
/윤은현(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