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하루전인 3일에는 인천의 한 의무경찰이 훈련도중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3박4일간 진행되는 하계야영훈련 중이었는데, 훈련의 일환으로 축구 경기를 했단다. 그날 인천지방의 기온은 30.3℃였단다.
이번에는 작전과 훈련 중에 사고가 터졌다.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에 크고 작은 사고는 일어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군부대 내의 사고는 더 애잔하고 비통하다. 우리가 굳이 평화주의자라서 그런 게 아니다. 이 땅의 건강한 젊은이들이 희생되었기에 그렇다. 또 하나 그 비통함이 큰 이유는 국가와 민족 앞에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마다않고 수행하던 중이었다는 점이다.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여 요리조리 군복무를 기피한 자들에 비하면, 이들은 분명 애국자이다. 그러나 애국자라는 이름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
병역 기피자들이 일간지에 잠시잠깐 오르내리고는 곧 사라져 평온한 일상을 되찾는 것에 비하면 이들의 희생은 `의무`라는 이름에 묻혀 너무나 보잘 것 없다. 이 또한 우리를 슬프고 안타깝게 한다.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권정생 `애국자가 없는 세상` 부분) 이 동시 한편이 단순히 반어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는 평화와 애국을 위한 인간의 행동이 반(反)자연적인 욕망임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애국·애족자 없이 꽃과 연인을 사랑하며 사는 것은 영원히 잡히지 않는 무지개인가.
/김종헌(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