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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계절 그리고 그 사람들

眞易 전병덕(수필가)
등록일 2015-08-05 02:01 게재일 2015-08-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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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찜통더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그 폭염경보 속, 건설 현장과 논밭에서 열사병 사망자가 벌써 5명이나 발생했다. 와중에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 발표가 나왔다. 중부권 등에서는 제법 많은 비가 쏟아졌으나 대구에는 빗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장마가 끝났단 말인가. 푹푹 찌는 폭염의 낮과 밤이 더없이 우울해진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교사 5명이 지난 2년여 동안, 여학생 20여 명에게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을 일삼다가 적발되었다. 교사들 중에는 `성고민 상담교사`는 물론 교장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심지어 여교사도 피해 학생들 중에 끼어 있었다.

서울 올림픽 때 이야기다. 탁구 결승전에서 우리 선수끼리 맞닥뜨렸다. 선배는 차분한 표정이었으나 후배는 달랐다. 괴성을 질러대며 마치 외국 선수와 경기라도 하는 듯한 양태를 보였다. 결국 승리를 쟁취한 후배가 시뻘게진 얼굴로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이 된 사람이다. 그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의 대선 후보 경선에 불복하며 탈당을 했고 당적 변경만도 열세 차례나 된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21C 대한민국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젊은이들이 힘든 시절이다. 그럼에도 딴 나라 사람들처럼 행세하는 곳이 있다. 30개의 공기업들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그들은 작년 총부채가 430조원에 이르는데도 지난 3년간 연평균 직원은 1천400만원, 기관장은 8천500만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나눠가졌다고 한다.

우르릉, 쾅쾅! 실로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소리다. 하늘이 검게 변하는가 했더니 금세 빗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그러나 햇살 사이로 약해진 빗줄기는 땅바닥만 적시고 이내 사라졌다. 그래, 장맛비가 아니어도 좋다. 국회의원 숫자가 200명으로 대폭 줄었다는 희망 섞인 희소식처럼, 잠시라도 찜통더위를 거둬가고 말끔히 산하를 씻어 내는 거센 장대비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절로 간절해진다.

/眞易 전병덕(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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