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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입학생

등록일 2015-07-30 02:01 게재일 2015-07-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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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마지막! 마지막이란 말은 항상 감상에 빠지게 한다.

어제 연구실의 마지막 입학생을 결정하고 코끝이 시큰해지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26년전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포스텍에 부임하여 설립한 연구실이 이제 마지막 입학생을 입학시켰다.

대학 규정상 은퇴가 2년 이하로 남으면 더 이상 대학원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구실을 거쳐간 졸업생과 재학생이 87명이니까 마지막 입학생은 88번째 입학생이 되는 셈이다.

졸업생들을 바라보는 교수들의 심정은 똑같을 것 같다. 그들이 어디에 있든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성취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교수가 되어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제자들도 있고 연구소의 연구원, 그리고 여러 분야의 기업에서 활약하는 제자들을 볼 때 지난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가끔 섭섭한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어느 교수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애써 입학사정에서의 찬반의 어려움을 딛고 입학시켜 졸업시킨 학생이 졸업후 연락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사정이 있겠지만 연락처를 알 수 없는 제자들도 있다.

매년 실시하는 홈커밍데이에 한번도 안 보이는 얼굴도 섭섭하고 그립다. 그러나 반면 즐거움을 주는 졸업생이 더 많다.

제자들의 결혼식 주례를 볼 때, 그리고 대학의 제자의 강의에 대신 들어가 특강을 해줄 때, 성공한 제자의 회사에 들러 커피 한 잔을 함께 나눌 때, 대학으로 찾아온 제자들과 같이 운동을 즐기고 한 잔의 맥주를 들이킬 때 큰 기쁨을 느낀다.

그동안 중국, 러시아 등 외국에서의 유학생도 졸업 후 한국에 머물거나 자국으로 돌아가 경제발전의 역군으로 뛰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86년 창설된 포스텍에 고마움을 느낀다. 포스코가 과감한 투자로 설립한 포스텍은 한국의 교육, 과학,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을 설립하겠다는 포스코와 박태준 설립 이사장의 의지, 그리고 초대 김호길 총장의 고집은 오늘 포스텍을 일구어 냈다.

이제 포스텍, 포스코, 포항을 지켜내야 할 순서인 것 같다.

인적 경쟁력 측면에서 포스텍은 1986년 설립 당시 유치된 필자와 같은 30대 교수들의 대량 퇴직이 곧 예상되며, 이에 따른 적극적인 교수충원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산학협동의 맥락에서 포스코와의 유대강화 및 협력은 절대적인 미션이다. 포스코의 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에 포스코-포스텍이 긴밀히 협력할수 있는 플랫폼이 더욱 확고히 정립되어야 한다.지역과의 유대강화도 중요하다. 지역 협력 방안 및 지역의 인사들과 교류하고 지역발전에 공헌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지막 입학생을 맞이 하는 필자의 심정의 입장에서 볼 때 시급한 것은 포항과 포스텍의 인적 자원인 인적 네트워크의 확장이다. 국내 리더십을 주도하는 인적자원 활용의 구심점을 형성해야 한다. 동문들을 활용한 세계 네트워크의 구성과 해외거점의 설치, 적극적인 국제화 및 국제 인지도 향상에 대한 정책 등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단순히 포스텍의 차원이 아니라 포항, 경북의 국제화, 국제 인지도 확장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어제 마지막 입학생과 연구실 학생들이 모두 모여 담소를 나누며 함박 웃음꽃을 피워 보았다.

이제 연구실은 2년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겠지만, 그곳을 거쳐간 88명의 졸업생은 한국의 발전을 위한 역군으로 영원히 할 것이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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