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카 시대가 자리를 잡아가던 1990년 중반 무렵, 여성운전자들도 늘어났다. 이때 여성운전자들의 서툰 운전을 “집에서 밥이나 하지, 여자가 운전은 무슨~”이라며 비아냥거린 적이 있었다. 이 말에는 밥은 여자가 한다는 고정관념과 함께 밥은 집에서 먹는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러나 요즘은 집에서 밥을 거의 먹지 않는다. 또 여자만 밥을 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점심으로, 저녁은 `편의점식`김밥으로 때운다.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또 동네 골목까지 파고든 식당은 외식을 일상식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외식의 번창이 `집밥`을 불러냈다. 새로운 어휘가 생기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새 물질이 생겼거나, 아니면 그러한 현상이 일어난 이후이다. `집밥의 결핍`으로 `집밥`이 대세다. 텔레비전에서는 요리 레시피가 스토리텔링화 과정을 거쳐 버라이어티 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먹방`과 `cook방`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결핍 이외에 또 다른 것들이 덧붙어 방송을 흥행시키고 있다. 즉 재미와 가벼움, 그리고 찰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다.
요즘 `먹방 cook방`은 가벼운 우리시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선된 재료의 소개와 조리방법을 순서대로 친절하게 설명하던 옛날 그 요리프로그램은 너무나 진지하다. 사람들은 이런 프로그램은 외면한다. 어떤 설명도 이제는 재미와 이야기거리를 가미해야 듣는 세상이 됐다. 세상이 이처럼 재미를 찾고 한편으로는 가벼워졌다. 그런데 그 가벼움은 우리의 삶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진득한 그 무엇보다는 순간적인 반짝임을 찾고 있다. 요즘 우리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순간적으로 캡처(cap ture)한다. 그리고 잠시뒤 곧바로 삭제한다. 순발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여기에 창의적인 생각이 들어가면 대박이다.
`집밥` 프로그램은 진지함을 싫어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동시에 창의적인 사고와 재미있게 일을 처리하는 새로운 문화를 반영한다. 그 존재의 가벼움은 스마트시대 우리들 삶의 방식이다. 고민하는 이성보다는 즐기는 감성, 진득함보다는 빠름의 생활 태도가 그것이다. 이제 이 스마트한 삶에 예리함을 추가할 때이다.
/김종헌(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