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면 각 기관 또는 단체마다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 초점을 두기도 하고 다음해를 기약하는 염원을 담기도 한다. 나도 2008년부터 나름대로 혼자만의 사자성어를 정하여 실천해 오고 있는 중이다.
2008년은 건곤일척(乾坤一擲)으로 정했다. 그럴듯한 문학상이라도 한번 타 보자는 의도에서였다. 2009년도에는 다시 도전한다는 의미의 권토중래(捲土重來)로, 2010년도에는 초연함을 의미하는 목계양도(木鷄養到)로, 2011년도에는 술 마시는 양을 알맞게 줄이고 늘 떳떳한 마음을 지닌다는 절음(節飮)과 항심(恒心)으로 이어졌다.
2012년도의 화두는 `二十年, 그 새로운 始原`이다. 정년을 마무리하고 줄잡아 20년쯤을 제2의 인생으로 보고 그 기틀을 닦는 해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2013년도에는 `하나를 덜어내고 다시 하나를 채워 넣는다`로, 2014년도에는 `아내에게 언성 높이지 않기`로, 2015년도에는 노여움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불진에로 정했다.
극히 간략했지만 더없이 강렬했던 세기의 연설을 떠올려 본다. 2차 대전 직후 윈스턴 처칠의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다. 그는 중간중간 특유의 침묵을 베이스 삼아 “포기하지 마라./ 절대 포기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라는 세 문장으로 연설을 마쳤다.
다시 오스탕스 블루의 `사막`이다. 과연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비워 내고 무엇을 채워 넣었는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내에게 언성 높이지 않기도, 불진에도 아직은 꿈결처럼 아득하고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도 어떤가. 의도만은 순수하고 대단하지 않은가. 그래, 포기하지 말자.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眞易 전병덕(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