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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지수

이상형(철학박사)
등록일 2015-07-28 02:01 게재일 2015-07-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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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불쾌지수가 80이 넘는다고 한다. 이번 주 며칠 동안 계속 일기예보에서 불쾌지수가 나오고 있다.

80이 넘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불쾌지수는 기상청에서 매년 6~9월 일 8회 생산하여 제공되는데 날씨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를 기온과 습도를 조합하여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덥고 습한 날이 많은 요즘 어쩌면 짜증내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특히 대구에 사는 사람으로 더위에 그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자주 부대끼다 보면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나의 감정을 폭발해 나의 기분을 풀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항상 이렇게 한 뒤에 생각나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이다.

짜증내는 그 순간 내 감정은 풀릴 수 있겠지만 그 짜증을 묵묵히 받고 있는 상대방을 보면 후회가 바로 든다. 특히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 내 맘대로 짜증을 낼 때도 그렇다. 비록 내 잘못이 아니라도 그 짜증을 받고 있는 상대방의 감정은 어떨까?

그럼에도 참 쉽지 않은 것은 사람의 감정이다. 상대방 기분을 해칠 것을 알지만 자신의 감정이 앞서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좀더 쉽게 나의 감정을 풀려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역사와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은 채. 그 사람도 누군가의 아빠, 엄마이며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란 것을.

어느 곳에서는 불쾌지수가 80 이상일 경우에는 업무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단다. 요즘은 효율성의 잣대를 아무데나 갖다 대지만 일의 능률을 위해 불쾌지수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 우리네 많은 곳에서는 이런 호강도 누리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내 맘을 고쳐먹는 수밖에.

불쾌지수는 모를 때보다 알 때 사람들은 더 짜증을 낸다고 한다. 땀 흘리는 것도 모르는 정도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할 때 열심히 하고 잠시의 휴식을 누리는 수밖에.

묵묵히 모든 것을 견디며 서 있는 큰 나무를 보며 부끄러워진다.

/이상형(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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